90세 청년의 조언 "성공 위해 때론 용기있는 포기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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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청년의 조언 "성공 위해 때론 용기있는 포기도 필요"

“산더미만 한 파도가 덮쳤다. 순간 깨달았다. 아, 이걸로 끝이구나. 지금껏 살아온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극적으로 살아난 순간 결심했다. 덤으로 한 번 더 사는 인생,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다 가자.”

올해로 만 90세를 맞은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사진)이 16일 출간한 경영 에세이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문학동네)의 서문이다. 김 명예회장은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1세대 창업자다. 원양어선 실습 항해사로 시작해 1969년 동원산업을 창업하고, 오늘날의 동원그룹과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일궜다.

그가 다시 펜을 든 이유는 명료하다. 한국의 청년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다. 꿈을 품고 있거나 그 꿈을 이루고픈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다. 책의 부제는 ‘도전과 모험을 앞둔 당신에게’다. 김 회장은 성공 스토리보다 실패 이야기를 자세히 적었다.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90세 청년의 조언 "성공 위해 때론 용기있는 포기도 필요"

그의 경영 인생 최대 위기는 카메라 사업이었다. 1977년 신사업으로 카메라 사업에 진출했다. 카메라의 강자가 영국, 독일, 일본 순으로 이동한 것을 보고 한국이 다음 강자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현실은 냉혹했다. 부품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30억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카메라 사업을 70억원의 손실을 내고 접었다. 실패사는 이어진다. 모피 제조업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사례, 1985년 조미 오징어 사업 철수, 1990년대 삐삐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200억원을 고스란히 날린 이야기….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실패해도 끝까지 도전하라’가 아니다. “아니다 싶은 것은 미적대지 말고 포기하라”다. “이미 들인 시간과 노력 때문에 붙들고 있다면 돈보다 더 중요한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김 회장은 젊은이들이 자신과 맞지 않고 즐겁지도 않은 일에 얽매여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꿈을 꾸고 도전하기 위해선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진실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즐거운 일을 찾아서 도전하면 능률이 오르고, 그에 따라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그가 인생을 통틀어 깨달은 교훈이다.

인생의 최종 목표는 명확하게 그리라고 했다. 핵심은 역순으로 계획하는 것이다. 먼 미래부터 구체적으로 상상한 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30년 후, 20년 후, 10년 후, 당장 해야 할 일을 역순으로 짜보라고 조언했다.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김 회장이 최근 도전한 분야는 인공지능(AI)이다. “젊은 시절 푸른 바다를 누비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낚는다고 생각했다. 다가올 AI 시대에 젊은이들은 데이터의 바다에서 새로운 미래를 찾아야 한다.” 김 회장은 AI 분야 연구개발에 써달라며 544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한국과학기술원에 기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새로운 도전을 멈추는 것은 숨이 끊어지는 것 같다. 나의 뇌는 아직 배가 고프다”고 적었다. 올해로 90세, 그는 여전히 도전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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