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업뿐만 아니라 해운 물류망 재편, 더 나아가 심해 희토류와 북극항로 등 ‘해양 경제’ 전반을 전략적·안보적으로 중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도 ‘신해양산업청’과 같은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최근 이데일리와 만난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은 K조선업에 다가온 기회를 언급하며, 이처럼 보다 큰 ‘해양 경제’를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단순한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등을 넘어, 실질적으로 미래 해양 신산업을 이끌 수 있는 역할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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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이 지난 28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
美에 조선업 협력안 선제시…‘해운조선산업국’ 시너지↑
한미 간 관세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미국이 해상 전력 강화를 원하고 있는 만큼 조선업은 중요한 카드 중 하나다. 윤 전 차관은 “중국을 견제하고, 재정·무역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고자 하는 미국에 우리는 조선 협력이 가능한 곳 중 하나”라며 “특히 미국이 필요로 하는 항공모함을 우리 조선소는 미국보다 빠르게 건조할 수 있고,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 내 조선소 인수, 기술 인력 파견과 운영 등을 우리 측이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해운항만 운영까지 우리의 강점을 ‘패키지’로 묶는다면, 미국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윤 전 차관은 예상했다. 그는 “파나마 운하 운영권을 공동으로 따오기 위한 협의, 에너지 분야 요청인 알래스카 천연가스(LNG) 개발과 엮인 해상운송 파이프 건설 등 해운 분야까지 패키지 제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윤 전 차관은 조선과 해운 간 ‘시너지’를 노리기 위해서는 정부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내놨다. 그는 “산자부 내 조선산업 정책은 우선순위가 아니고, 과(조선해양플랜트과)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더욱이 조선업의 수요산업인 해운산업과 연계성이 적다. 현재 해운물류국과 항만국은 해수부에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산자부의 조선 분야를 해수부로 이관한 후 해운물류국과 조선을 통합한 ‘해운조선산업국’과 ‘항만물류국’을 둬 시너지를 확대하고, 최우선 정책 대상으로 키워야 한다”고 했다.
“부산 이전보다 ‘신해양산업청’ 설립이 더 효과적”
그는 조선업 분야에서 국제해사기구(IMO)를 통한 탈탄소 동향에 발을 맞추고, 우리 기술이 표준화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윤 전 차관은 “2050년 ‘넷제로’(무탄소)라는 목표에 우리 산업계가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우리의 기술이 표준이 돼야 세계와의 조선업 격차를 벌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테스트 베드’ 선박 건조를 지원하고, 관공선이나 공공 선박부터 대체 연료 선박을 활용하는 등 기반을 닦아 둬야 앞으로도 조선 강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가 관심을 두고 있는 심해저 희토류 채취는 물론, 북극 항로와 쇄빙선, 해상풍력 등 바다에서 창출되는 새로운 해양 경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윤 전 차관은 “우리의 주력 산업과 바다가 그 어느 때보다도 밀접하게 연계됐다는 것”이라며 “전통적인 해양수산업에 더해 신산업을 중심으로 정책 추진, 실용화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수부의 부산 이전보다는 ‘신해양산업청’, ‘미래해양산업청’ 등과 같은 특별 행정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윤 전 차관은 “해양강국을 위한 특별행정기구를 해수부 산하에 두고, 부산 소재 기관으로 설치할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해양 경제라는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면, 특화된 조직이 더 필요하고 지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차관은 미국이 지난해 제정한 ‘미국을 위한 선박법’(SHIPS법)과 이를 계기로 설치한 해양안보보좌관처럼 우리도 유사한 직위 설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실 내 ‘해양수산비서관’이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때 사라진 이후 현재까지 복구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당시 해양수산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던 윤 전 차관은 “해양수산을 총괄하고 현안과 정부 간 직접적인 ‘핫라인’이 해양수산비서관”이라며 “해양 경제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차기 정부도 이를 주목해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