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전화 통화를 했다. 올 초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 이후 첫 양국 정상 간 직접 대화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시 주석과 전화통화가 성사됐다. 신화통신은 '잉웨'(應約)'라는 단어로 이번 전화 통화를 설명했다.
구체적인 통화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통화에서 지난달 제네바에서 합의한 관세 전쟁 휴전 이행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무역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추가로 부과한 대중 관세율 145%를 30%로 낮추고, 중국 역시 대미 관세율 125%를 10%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90일간 유지되며, 중국은 미국에 취한 비관세 무역 조치도 유예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희토류와 유학생 비자 이슈 등을 두고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을 해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중국이 제네바 합의를 전면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희토류 69%를 생산하는 중국은 미국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희토류 7종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3일부터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중국 수출 중단을 명령했다. 미국 업체들을 동원한 대중 맞대응이었다. 중국은 미국이 자국을 겨냥해 내린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통제와 중국 유학생 비자 금지 조치 등에 대해 강력 반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시 주석과 직접 전화 통화하겠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 이슈에 대한 의견 차이가 여전히 컸기 때문에 쉽게 양국 정상 간 전화 통화는 성사되지 않았다. 희토류, 관세율, 반도체 등을 제외한 이견 이외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외교 스타일의 차이가 너무 컸다는 분석이 많았다.
중국 측은 미국 측과 전화통화가 철저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진행되길 바란 것으로 알려졌다. 사소한 통화 내용 조차 사전에 조율을 거치기를 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방식을 선호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의 결단에 따른 이른바 '톱·다운' 방식의 결정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중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협상 태도가 예측 불가능하고 상대국 정상을 곤란하게 만들 것으로 경계해왔다.
베이징=김은정/워싱턴=이상은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