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효율성’ 23→44위 추락… “노동시장 경직-불필요한 규제 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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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쟁력 뒷걸음질]
‘계엄-관세’ 대내외 불확실성 직격탄… 기업 효율성, 모든 항목서 곤두박질
“반도체-車 등 주력업종 성장 한계… AI 등 신기술 중심 산업 재편” 지적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평가한 한국의 기업 효율성이 7년 만에 다시 40위권으로 밀려난 건 한국의 기업 환경과 실제 국내 기업들의 성과가 그만큼 악화됐다는 뜻이다. 대만과 중국의 기업 효율성은 각각 4위, 18위에 오르며 한국을 크게 앞질렀다. 정부가 과감한 규제 개혁 등을 통해 한국 경제를 이끌어 왔던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21계단 떨어진 기업 효율성

IMD가 17일(현지 시간) 발표한 2025년 국가 경쟁력 평가 결과에서 한국의 대기업 경쟁력은 69개국 중 57위에 그쳤다. 지난해 평가보다 16계단 하락했다. ‘국제 기준에 비해 우리 대기업은 효율적이다’란 설문조사 문항에 대한 기업인들의 답변을 토대로 나온 결과로, 그만큼 국내 기업인들의 평가가 비관적이었던 셈이다. IMD는 올해 3∼5월 전 세계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한국의 경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상장사협의회 등 경제단체 회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가 반영됐다. 특히 경영 관행 지표들이 1년 새 큰 폭으로 뒷걸음쳤다. 한국 기업이 직면하는 기회와 위협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비중이 늘면서 관련 항목의 순위가 17위에서 52위로 고꾸라졌다. 지난해 상위권이었던 고객 만족도 고려 정도(3위→40위), 기업의 민첩성(9위→46위)도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이 고객 만족을 덜 강조하고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의 유연성과 적응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평가가 나온 것이다.

이처럼 기업 효율성 분야에 포함되는 모든 항목에서 순위가 뒷걸음치면서 기업 효율성 자체 순위도 44위로 1년 전보다 21계단 미끄러졌다. 국가 환경이 기업의 혁신성, 수익성, 책임감을 얼마나 유도하고 있는지와 더불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평가한 경영 성과를 보여주는 기업 효율성 순위가 40위권으로 밀려난 건 2018년(43위) 이후 처음이다.

● “산업 구조 재편하고 불필요한 규제 해소해야”

주요 경쟁국과의 기업 효율성 격차는 더 벌어졌다. 올해 대만의 기업 효율성은 4위로, 1년 전보다 2계단 상승했다. 홍콩 역시 2023년 11위, 지난해 7위, 올해 2위 등 3년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18위를 차지한 중국의 기업 효율성은 지난해(15위)와 비교해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한국의 기업 효율성 순위 급락에 영향을 미친 항목들 대부분이 설문 지표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불안, 미국발(發) 관세 충격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기업 심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한국의 정부 효율성은 39위에서 31위로 8단계 올랐지만 세부 항목인 정치적 불안정은 오히려 50위에서 60위로 낮아졌다.

그러나 국가 경쟁력이 하락한 근본적인 원인은 주력 산업에만 집중해온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주력 업종이 성장 한계에 직면한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구조적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기 저성장에 접어드는 시작부터 국내 기업들의 기술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던 결과”라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바이오 등 신기술을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되더라도 국내 경영 환경에 내재된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으면 국가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순위 하락에는 비상계엄에 따른 정치적 혼란과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교역 환경 악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경직된 노사관계나 불필요한 규제 같은 한국 경제의 전통적인 취약점이 해소돼야만 근본적인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IMD는 ‘신흥 기술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규제 장벽 극복’을 올해 한국이 직면한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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