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데이트 코스를 짜주는 체험형 전시관을 통해 관광객들이 ‘노잼 도시’ 대전을 재발견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짜봤습니다.” “체험형 매장은 고객 관점에서 재방문을 하지 않아 지속가능성이 적을 수 있는데 과연 기업들이 투자할까요?.”
27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삼괴고등학교 한 교실에선 이색적인 수업이 열렸다. 올해 처음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된 ‘청소년 기업가정신’ 수업이다. 교과서 개발을 주도한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이날 수업 현장을 찾았다.
이날 수업에선 35명의 삼괴고 3학년 학생들이 학기 초부터 수업을 들으며 팀을 짜 일상 또는 사회 속 문제 해결을 위해 고안한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학생들이 서로의 아이디어에 대해 보완점을 피드백하고, 발표자는 지적 받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마치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기 위해 벤처캐피털(VC) 심사역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IR(기업활동)현장과 같은 모습이다.
작년까지도 우리나라엔 청소년의 기업가정신 함양을 위한 정규 교과목이 존재하지 않았다. 올해 고교학점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기업가정신 교과를 학점 인정이 가능한 정규 과목으로 채택해 수업할 수 있게 됐다. 중기부는 작년 3월부터 연구위원 및 집필 위원을 구성해 작년 12월 교과서 개발을 완료했다. 삼괴고는 이 교과를 채택한 유일한 학교다.
삼괴고의 기업가정신 수업은 단순히 과거의 기업가들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 아닌 문제의 발견과 정의,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기업가의 사고 체계를 몸으로 체득하는데 맞춰져 있다. 철도 엔지니어링 산업의 해외 진출 전략을 문제 분석틀인 ‘SWOT(강점·약점·기회·위협)분석’을 통해 고안하고, 자동차 조립 공장에서 발생한 로봇 고장 문제의 본질을 ‘왜?’라는 질문을 다섯 번 반복적으로 던지는 ‘5Why 방법론’으로 파악하는 식이다.
이날 학생들은 체험형 관광 상품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전략부터 교실 내 전자 칠판의 전력 소비를 줄여 탄소배출 절감에 기여하는 방법, 청소년에 유해한 중독성을 줄인 새로운 SNS플랫폼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오일환 삼괴고 창의진로부장은 “기업의 결과를 이야기하기보단 시작과 과정을 학생들이 배우고 몸으로 체득할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들고자 했다”며 “자신과 세상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진로와 관계 없이 학생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수업엔 중기부가 2002년부터 운영 중인 방과후·비교과 창업 체험 프로그램 ‘비즈쿨’ 출신으로 청각을 통해 코딩을 배우는 신개념 코딩 블록 교구 ‘허밍 블럭스’를 개발해 올초 CES2025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임주환 네모감성 대표의 특별 강연도 이뤄졌다. 임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비즈쿨을 통해 세상엔 외길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삼괴고를 시작으로 내년 교과서 채택을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오영주 장관은 “기업가정신은 창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의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배우는 과정”이라며 “기업가정신은 갖춘 사람은 어떤 직업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