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메가프로젝트의 용수 난제, 수리·수문학의 '이치'에서 답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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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협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기후환경연구소장실 책임연구원 반도체·인공지능(AI) 메가프로젝트가 속도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대만 TSMC의 일본 구마모토 공장이 2년여 만에, 중국 창신메모리 팹이 착공 10개월 만에 올라선 비결은 공사 속도가 아니었다. 공장보다 먼저 전기와 물이 현장에 와 있었다. 우리는 정반대다. 팹은 3년 안팎이면 짓지만 송배전망에는 평균 13년이 걸린다. 용인 클러스터는 용수 협의에만 1년 반을 썼다. 인프라 없는 착공 속도전은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칠 위험이 크다. 가장 까다로운 것은 물이다. 서남권 반도체 산단에만 하루 65만톤이 필요하다. 광주시 전체의 하루 생활용수보다 많은 양이다. 전력은 SMR, 재생에너지, 송배전 기술 같은 혁신으로 대안을 만들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하늘이 내리는 비의 양은 기술로 늘릴 수 없다. 반도체에서 물은 초순수의 원료이자 수율을 좌우하는 원자재다. 몇 시간만 끊겨도 수조원대 라인 전체가 멈춘다. 그런데 호남은 최근 가뭄으로 식수원마저 비상이었다. 비가 오기만 기다리거나 해수담수화 같은 단편적 기술에 기댈 수는 없다. 주민 반발이 거센 대형댐만 고집하는 것도 현실적 해법이 아니다. 공대 과목 가운데 '이치 리(理)' 자가 들어간 것은 드물다. 물을 다루는 수리·수문학이 그렇다. 물은 힘으로 굴복시키는 대상이 아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땅을 따라 채워지는 이치를 따를 때 비로소 자원이 된다는 의미다. 메가프로젝트의 물 문제를 구호나 속도만으로 풀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호남 땅의 이치는 무엇인가. 한반도는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다. 강원·충북은 골짜기가 깊어 소양강댐, 충주댐 같은 대형댐이 들어섰다. 호남은 완만한 구릉과 평야가 펼쳐져 큰 댐을 세울 계곡이 부족하다. 대신 빗물이 잘 스며드는 풍화토와 하천변의 두터운 모래·자갈층이 있다. 호남의 물은 세워서 가두기보다 땅과 함께 품어야 한다. 넓고 얕은 저수지를 새로 만들면 여름철 증발과 녹조에 시달린다. 수질이 들쭉날쭉한 고인 물은 24시간 균일한 원수가 필요한 초순수 공정에 큰 부담이다. 해법은 '지하댐'이다. 하천 바닥 아래 모래·자갈층은 거대한 스펀지 물탱크와 같다. 그 하류 끝 땅속에 물을 막는 벽, 곧 차수벽을 세우면 바다로 빠져나가던 물이 고인다. 고인 물은 우물처럼 필요할 때마다 퍼 올려 쓴다. 수몰도 이주도 없고 증발도 없으며, 수온과 수질이 연중 고르다. 공사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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