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이로운은 올 시즌 팀 필승조로 불펜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광현으로부터 배운 슬라이더를 앞세워 또 한 단계의 성장을 이뤄낸 모습이다. 스포츠동아DB
“필승조에 들어가도 손색없는 투수다.”
이숭용 SSG 랜더스 감독(54)은 최근 불펜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로운(21)의 맹활약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데뷔 3년 차를 맞이한 이로운은 28일까지 12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3홀드 평균자책점(ERA) 0.77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로운의 활약이 가장 빛난 경기는 26일 인천 키움 히어로즈전이었다. 선발투수였던 드류 앤더슨이 7회초 1사 후 최주환에게 우전안타, 루벤 카디네스에게 몸에 맞는 볼, 이주형에게 볼넷을 허용해 1사 만루의 위기를 초래했다.
이 감독은 이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이로운은 임지열을 삼진, 김태진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0.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소방수 역할을 제대로 해내 팀 불펜의 핵심 선수임을 입증했다.
이 감독은 “이로운이 작년 경험을 바탕으로 많이 좋아졌다. 직구 그립을 조금 바꾸면서 제구력이 향상됐다”며 “본인이 노력한 결과가 이제 나오는 것 같다. 필승조에 들어가도 손색없는 투수”라고 호평했다.
지난해까지 주무기로 직구와 체인지업을 많이 쓴 이로운은 올해 슬라이더를 새롭게 장착하며 다양한 투구 패턴을 선보이고 있다. 이로운이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도움을 준 인물은 팀 베테랑 투수 김광현(37)이었다.
이로운은 “피안타율이 낮아진 것은 슬라이더 덕분이다. 작년까지 직구와 체인지업만 던지니 타자랑 싸우는 게 쉽지 않더라. 김광현 선배님께 슬라이더를 배웠고, 잘 써먹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슬라이더를 아예 못 던진 건 아니었지만 구속이 느리고, 종으로 크게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속도가 더 붙었다. 선배님께 매달려서 배웠다”고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프로에서 첫 시작을 필승조로 한 게 아니다. 선발이 일찍 내려가거나 필승조가 쉬는 날에 주로 마운드에 오르곤 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본 이로운은 “내 위치에서 최대한 열심히 하니 지금처럼 홀드도 쌓을 수 있게 됐다. 내 역할만 잘하면 기록은 따라온다고 본다”고 주어진 역할에 집중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