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2일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3등급으로 하향 조정해 자회사 편입 승인 기준에 미달했지만, 우리금융이 제출한 내부통제 개선계획 등이 차질 없이 이행되면 요건이 충족됐다고 판단했다. 우리금융은 그룹의 숙원 사업인 보험업 진출에 성공하면서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됐다.
금융위는 2일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금융이 제출한 내부통제 개선계획 및 중장기 자본관리 계획 등이 차질 없이 이행되는 경우 경영실태평가 종합등급 하향 요인 시정 등으로 종합등급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에 따라 경영 상태가 건전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융위는 조건부 승인을 내리며 승인 부대조건으로 우리금융이 제출한 내부통제 개선 계획과 중장기 자본관리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했다. 또 우리금융이 2027년 말까지 이행 실태를 반기별로 금감원에 보고하도록 했다.금감원은 보고 내용을 점검해 연 1회 금융위에 보고해야 한다. 우리금융이 금융당국에 제출했던 내부통제 개선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 경우 금융위는 시정명령에 더해 주식 처분 명령을 부과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올 1월 15일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 승인을 신청한 이후 4차례 안건 검토 소위원회에서 자회사 편입 승인 요건 충족 여부를 심사했다.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에 따르면 경영실태평가 종합평가등급이 2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또 금융지주회사 관련 법령은 자회사 편입 승인 요건으로 금융지주회사의 재무·경영 관리상태가 건전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3월 우리금융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종합평가등급 3등급을 통보했다. 우리은행에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730억 원 불법 대출을 포함해 2000억 원대에 달하는 부당대출, 사고 이후 보고·수습 등 과정에서 내부통제 실패가 발견된 점이 평가에 반영됐다.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금융위의 조건부 승인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인 기준에 미달한 경우에도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 정리 등을 통해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금융위가 인정할 경우 자회사 편입 승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개선 계획, 자본관리 계획 이행 약속을 고려해 동양·ABL생명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금융위의 이러한 결정은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실패로 발생할 수 있는 후폭풍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보험사의 최대 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부실에 따른 해체 수순을 밟고 있어 최악의 경우 이들 보험사의 보험 가입자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2004년에도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에 LG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을 조건부 승인해 준 바 있다.
우리금융은 “금융당국이 면밀한 심사를 거쳐 자회사 편입을 승인해 준 데 깊이 감사드린다. 혁신 방안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며 “당국과 시장의 믿음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전사적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보완하고, 자본 비율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종 인수 절차는 7월 초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양·ABL생명과 협의해 주주총회 일정을 결정하고, 주주총회 개최일에 인수 대금을 납입하고 주식을 인수하면 거래가 종결된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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