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2025 대한민국 녹색금융이 뛴다
⑤ 기술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이 중소벤처기업의 탄소중립 전환을 위해 녹색금융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기보는 지난 2020년 ‘그린 중소벤처기업 금융지원 전문기관’으로 지정된 바 있다. 탄소중립 지원 역할 확대를 비롯해 중소벤처기업 탄소중립 이행 촉진, 녹색금융 활성화, K-택소노미 기반 탄소중립 확산의 4가지 축으로 구성된 ‘KIBO Net-zero+ 2030’ 전략을 수립한 이후 정책 금융기관으로서 중소기업의 녹색성장 및 저탄소 산업구조 전환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보의 녹색금융은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탄소 가치평가 기반의 녹색보증 체계 구축, K-택소노미 평가 시스템 운영, 녹색유동화증권 발행, 금융비용 ZERO화 프로그램 등 다각적인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녹색보증 누적 2.2조 원 신규 지원…68만 대 전기차 전환 효과
기보는 2024년까지 총 2조2790억 원 규모의 녹색보증을 집행했으며, 이를 통해 총 82만2364tCO₂eq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거뒀다. 이는 약 68만 대의 휘발유차를 전기차로 전환한 효과와 맞먹는 규모다.
특히 기보는 탄소감축 효과를 정량화하는 ‘탄소 가치평가 시스템’과 ‘탄소감축 활동 평가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특허를 취득하고, 금융의 객관성과 공신력을 한층 강화했다. 기보의 녹색금융은 단순한 보증을 넘어 환경적 가치를 금융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 체계 등을 포함하는 복합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기보는 2023년 10월, K-택소노미에 기반한 평가 시스템 ‘KTAS(KIBO Taxonomy Application for SMEs)’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은행 및 금융기관에 기업의 녹색 경제활동 적합성 평가를 제공하고 있으며, 2024년 한 해에만 412개 기업에 대해 448건의 평가를 수행했다.
녹색전환 기업의 금융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자체와 은행의 연계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2024년에는 국민은행·신한은행 등 7대 시중은행과 협약을 체결해 1688억 원 규모의 협약 보증을 지원하며 민간 금융과의 협업을 강화했다.
더불어 기보는 부산광역시·BNK금융과 함께 운영 중인 기후 금융 협약 프로그램을 통해 탄소저감 기술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이자와 보증료, 기술평가료를 전액 지원하는 금융비용 제로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는 참여하는 기업에 연간 2549만 원의 금융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성과를 거뒀다. 또 7개 시중은행과 협업해 보증료를 최대 0.7%p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 ‘택소노미평가보증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녹색유동화증권 발행, 중소·중견기업 녹색투자 촉진
기보는 2024년부터 K-택소노미 적합 자산을 기초로 한 녹색유동화증권(G-ABS)을 발행해 중소·중견기업의 녹색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지난해 695억 원 규모의 녹색보증이 유동화 방식으로 지원됐다. 기보는 글로벌 차원의 기후금융 이니셔티브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지지 선언을 시작으로, 금융 탄소회계금융협약(PCAF) 및 유엔 환경금융 이니셔티브(UNEP FI)에도 가입하며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녹색금융 체계를 갖춰나가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대외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기보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탄소중립 분야에서 정부기관 표창을 수상했으며, 2024년에는 ‘한국에너지대상’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며 에너지 효율화와 녹색금융 활성화 성과를 공식 인정받았다.
기보는 2025년 4월부터 택소노미평가보증제도를 신규 도입했다. 이로써 정부의 기후 대응 기금 400억 원을 출연받아 K-택소노미 기반의 보증 상품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녹색기술과 환경산업 분야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하며, 올해 녹색보증 신규 지원 목표 규모는 기존의 탄소가치평가보증과 택소노미평가보증을 합쳐 7600억 원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기보 관계자는 “정책 금융기관으로서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탄소감축 효과를 수치화하고, 녹색투자에 필요한 금융 생태계를 직접 구축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넷제로 전환 과정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실질적 녹색금융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이재필 기술보증기금 녹색금융 담당이사
“기보, 기술력 갖춘 기업의 저탄소 성장 촉진”
- 대표적 녹색금융 보증 사례가 있다면.
“첫 번째 사례는 열교환기 제조 중소기업이다. 이 기업은 발전소 폐열을 재사용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후테크 기업으로, 운전자금 9억7500만 원을 지원받았고 1차 연도에만 15만790tCO₂eq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으로 평가됐다. 또 다른 사례는 파키스탄에서 정수 기반 국제탄소배출권 사업을 추진 중인 환경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8억 원 규모의 보증을 지원한 것이다. 이 기업은 기존 끓이는 방식의 식수 공급을 정수 시스템으로 대체해 연간 약 24만 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 기보가 ESG 중 환경(E) 분야에서 우선순위를 두는 핵심 영역은 무엇인가.
“기보는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자원순환 등 탄소감축 분야 전반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탄소가치평가 기반 금융상품을 통해 환경성과가 뛰어난 기업을 우대하고, 넷제로멤버스(Net-zero Members)제도를 도입해 기술력 있는 기업의 저탄소 성장도 촉진하고 있다. 또 KTAS 시스템을 활용해 기후테크 산업 및 녹색 경제활동 기업을 선별 지원하며, 녹색금융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 녹색기술 기업과 일반 기업 간 평가 기준은 어떻게 차별화되나.
“일반 보증은 기술성과 사업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반면, 녹색기술 기업은 기후 기술 평가 모형(CTRS)과 탄소가치 평가 모델을 적용한다. CTRS는 기후테크 인프라와 기술화 가능성을, 탄소가치평가모델은 감축량을 화폐가치로 환산해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환경성과를 금융에 반영하고, 보증 우대를 받을 수 있도록 차별화된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 기보의 기술 평가 역량은 녹색기술 금융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기보는 2005년부터 ‘KTRS’라는 기술 평가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2021년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신기술 평가 시스템 ‘AIRATE’를 도입해 기술성·시장성·사업성을 정교하게 평가하고 있다. 이 외에도 ‘GTRS’, ‘CTRS’, ‘탄소가치 평가 모델’, ‘KTAS’ 등 다양한 기술 평가 도구를 고도화해 녹색기술에 특화된 맞춤형 기술 평가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경 한경ESG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