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 여성 리더 시대
⑩ 이진아 바이엘 코리아 대표
“DSO는 문화이자 전략이다.”
지난해 바이엘 코리아가 새롭게 도입한 바이엘 글로벌의 ‘DSO(Dynamic Shared Ownership)’가 단순한 운영 모델을 넘어 기업문화를 혁신하는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DSO 도입은 이른바 수평적 리더십과 민첩한 의사결정 구조를 기반한 운영 방식으로 한국 로슈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한국 머크, 바이엘에서 글로벌 본사와 해외 법인을 이끌며 제약 산업 내 마케팅, 전략, 조직관리 전반을 경험했던 이 대표
가 안착시킨 최대 성과로 꼽힌다.
이 대표는 2020년 바이엘 태국 법인장 당시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했고,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조직에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과 위기 리더십을 입증하며 성공적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대표는 “DSO는 기존 7~8단계에 달하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4~5단계로 대폭 축소해 업무 속도와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DSO 운영 모델이 오랜 기간 미충족 수요가 높았던 2형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질환 치료제의 국내 도입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언급했다. 이른바 신약 도입 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절반 이하로 줄이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DSO는 단순한 시스템이 아닌 조직의 마인드셋을 바꾸는 전략적 리더십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바이엘의 글로벌 미션을 바탕으로 지속가능성을 경영 핵심축으로 삼았다. 특히 바이엘 코리아의 ESG 실행을 ‘프로젝트’가 아닌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서스테이너빌리티 앰배서더’를 출범시켜 기아 종식, 기후변화 대응, 헬스케어, 양성 평등 등 유엔 지속가능 발전 목표(SDGs)에 기반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도록 이끌고 있다.
바이엘 코리아는 남녀 직원 성비 5 대 5, 리더십 그룹 여성 비율 80% 이상이라는, 국내 기업 중에서도 독보적 다양성 지표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조기 퇴근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며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포용적 근무 환경을 구축했다. 그는 “조직의 진정한 경쟁력은 다양한 배경의 구성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에서 나온다”며 “수평적 문화 속 창의적 역량 발현을 리더십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 한국인 여성 최초로 2023년 바이엘 코리아 대표에 취임한 이후 조직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DSO 도입을 포함해 조직의 민첩성과 효율성이 크게 강화됐다. 동시에 신약으로 포트폴리오의 세대교체를 빠르게 이루며 비즈니스 성장을 이뤄냈고,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
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구성원과 함께 가치를 만들어가는 데 집중한다.”
- 바이엘 코리아는 DSO라는 운영 모델을 도입했는데, 다른 제약사와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가.
“DSO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최적의 시스템이자 고객 중심의 업무와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높은 VUCA 시대에 적합한 모델이다. 다른 기업들도 애자일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바이엘의 DSO는 90일 주기로 성과를 측정하고 투자 결정을 내리며, 각 팀이 자율적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등 체계적이다. 실제 신약 도입 시 과거에는 1년이 걸리던 프로세스를 DSO 덕분에 6개월 만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 DSO 운영 모델이 효율적인 운영에 도움이 되는가.
“처음 DSO를 도입할 때는 고민도 많았지만, 고객 중심과 인게이지먼트라는 핵심 가치를 통해 방향을 잡았다. 과거에는 프로세스 위주 접근이었다면, 이제는 고객 가치에 맞춰 과감히 기존 방식을 변경하고 있다. 특히 승인 단계를 줄이고, 90일 사이클의 업무 관리는 효율성과 집중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 대부분의 비즈니스가 분기 단위로 돌아가기에 성과와 방향성을 점검하는 데 최적화된 기간이기도 하다.”
- 지속가능성이 제약업계 경쟁력에 어떻게 작용한다고 보는가.
“지속가능성은 기업 평판을 넘어 실제 비즈니스 전략과 성과에 밀접한 요소다. 헬스케어와 농업 분야 모두 지속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하며, 특히 고령화사회의 만성질환 해결과 재생 농업 확대를 통해 실질적 사회적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사회적책임은 기업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 바이엘 코리아는 한국전쟁 이후 종자와 농약 공급을 시작으로 지난 70년간 한국사회와 함께해왔고, 지금도 ‘기아 종식’, ‘헬스케어’, ‘기후변화 대응’, ‘양성평등’이라는 4가지 핵심 영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 바이엘 코리아에서 ‘서스테이너빌리티 앰배서더’는 어떤 조직인가.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조직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한 자발적 직원 모임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단발성 캠페인이 아니라 일상적 기업문화로 만들기 위해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직접 실행하는 구조다. 특히 자발성과 참여성이 높은 편이다.”
- CSO도 겸하고 있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 직책은 단지 타이틀이 아니라 책임의 표현이다. 지속가능성이 경영의 본질로 자리 잡기 위해선 경영진의 의지와 실천이 필요하다. 나는 활동을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이어갈 수 있도록 직원들과 함께 기획하고, 성과는 연간 리포트로 남기고 있다.”
- 대표님의 커리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첫 해외 근무인 제네바 본사 파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동료들과 협업하면서 ‘다양성’이 왜 중요한지 체감했고, 이후 싱가포르 지사에서 실행 책임자로 근무하며 커리어에 대한 주도권을 확립할 수 있었다. 또 인허가부터 마케팅, 해외 근무까지 다양한 영역을 경험하면서 ‘나의 강점’을 인식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팬데믹 시기 태국 지사 법인장으로서 위기 상황 속 리더십을 발휘한 경험도 지금의 경영에 큰 자산이 되었다.”
- 건강한 조직문화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진정성 있는 ‘소통’과 ‘함께 만드는 문화’다. 구성원들과의 소규모 커피챗, 타운홀 미팅, 피드백 수렴 등 다양한 방법으로 거리감을 줄이고, 조직 내 연결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여성 리더십 및 다양성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다. 또한 전체 직원 성비나 다양한 형태의 근무제 등 개인의 삶과 커리어 균형을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블룸버그 성평등 지수에도 4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이러한 부분은 블룸버그 성 평등 지수에도 4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
- 향후 5년 뒤 어떤 경영 목표를 가지고 있나.
“바이엘 코리아의 강점인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초고령화사회에 점차 늘어날 만성심부전, 2형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병, 습성 황반병성 같은 만성질환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새로운 치료제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또 전 세계에서 남성암 중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질환인 전립선암에서 환자 개인별 필요에 따라 맞춤형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새로운 치료 옵션을 국내 환자에게 빠르게 제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같은 혁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의학적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며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성장과 더불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이미경 한경ESG 기자 esit917@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