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역할 재정립 위한 연구용역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부실 채권 매입방식 전환 검토
배드뱅크 설치로 중요도 커져
2금융권의 부실이 늘어나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경쟁입찰을 통해 부실채권 매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장기연체채권 배드뱅크와 전세사기 배드뱅크까지 캠코가 맡을 것으로 보이며 캠코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는 지난달에 ‘국내 부실채권 시장의 위기 대응력 제고를 위한 캠코의 역할론 재정립 및 경쟁력 강화 자문용역’을 발주했다. 용역을 통해서는 캠코의 부실채권 입찰시장 참여 여부에 따른 국내 부실채권 시장의 효율성 차이 비교 등이 이뤄진다.
캠코는 민간 채권매입회사와 달리 수의계약을 통해서만 부실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통상 민간 부실채권 매입회사들은 경쟁입찰을 통해 채권을 산다. 그런데 이들이 수익성만 좇아 부실채권이 시장에서 잘 소화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부실채권 매입회사들이 채권 가격이 더 내려가기만 기다리는 탓에 금융사들이 부실채권을 잘 털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캠코는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수의계약으로 채권매입을 진행해 대응이 느릴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3년에 캠코가 새마을금고 부실채권을 1조원가량 매입하고, 지난해 저축은행 부실채권 2000억원을 넘겨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캠코가 부실채권 입찰시장에 뛰어들면 금융사의 부실채권 매각도 더 원활히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기준 상호금융권의 연체율은 4.54%로 전년보다 1.57%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같은 기간 6.55%에서 8.52%까지 높아지는 상황이다. 캠코가 입찰 경쟁으로 부실채권을 매입하면, 앞으로 금융사의 부실채권 관리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부실채권 입찰시장에서의 입지가 넓어질 전망이다.
동시에 장기연체채권 배드뱅크 운영을 맡게 되며 금융업계 내 캠코의 존재감도 커질 전망이다. 장기연체채권 배드뱅크는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7년 이상 연체됐으면서 5000만원 이하 소액 연체에 대한 탕감이 추진된다.
전세사기 배드뱅크까지 캠코에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전세사기 주택을 매입하곤 있지만, 제도상 전세사기 주택의 채권을 매입할 수는 없다. 법 개정 없이 배드뱅크를 운영하려면 캠코에 만들어야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두 배드뱅크를 모두 캠코에서 운영하게 되면 앞으로 캠코의 역할이 이전보다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인력 확충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