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은 세계화와 지역성의 공존… 한국이 가진 세계적 보편성 찾는 것[김대균의 건축의 미래]

1 day ago 3

글로컬의 핵심 가치세계화 속 지구, 동시다발적 연결
산업혁명-유엔-인터넷 등이 가속
로컬은 모두가 끈 위 각각 지점들
봉준호 “오스카는 지역 축제일 뿐”
글로컬은 보편화-특수화 동시성
특정 방향 이동 아닌 공존에 방점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식 파인다이닝(최고급 식당) ‘비움’의 내부(왼쪽 사진)와 외부 모습. 오랜 시간이 묻어 있는 듯한 초석과 나무 기둥, 현대적인 선과 여백…. 글로컬은 한국이 가진 세계적 보편성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 김동규 사진작가 제공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식 파인다이닝(최고급 식당) ‘비움’의 내부(왼쪽 사진)와 외부 모습. 오랜 시간이 묻어 있는 듯한 초석과 나무 기둥, 현대적인 선과 여백…. 글로컬은 한국이 가진 세계적 보편성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 김동규 사진작가 제공
《‘글로벌’과 ‘로컬’을 합성한 ‘글로컬(Glocal)’이란 단어가 요즘 자주 등장한다. 새로운 단어가 사용된다는 것은 새로운 경향이 사회적으로 응집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글로컬은 K팝, 영화, 음식 같은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화나 지방 소멸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표방하는 것과 유사해 보일 수 있지만 좀 더 선명히 바라보면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로벌’과 ‘로컬’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김대균 건축가·착착스튜디오 대표

김대균 건축가·착착스튜디오 대표
세계화를 뜻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은 전 지구적으로 경제, 정치, 문화, 사회, 물류, 정보 등 다방면의 분야가 촘촘히 연결되고 동시에 가속화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 속에선 지구가 하나로 인식되고, 국가 간 일대일의 연결이 아니라 하나의 기점이 다양한 방식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연결된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은 몇 가지 변곡점을 통해 형성됐다. 첫 번째는 산업혁명이다. 급격한 인구 성장과 도시화, 철도, 증기기관 발전 등은 세계 경제와 문화를 급속도로 연결시켰다. 이것은 현재 ‘글로벌’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

두 번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5년 유엔의 출발이다. 종전 후 유엔은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 국제 사회와 경제 협력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세계보건기구(WHO) 등 다양한 국제기구를 설립했다. 이것은 조금 더 ‘국제적인(international)’ 것에 해당되지만 기구 내 많은 일은 국가를 초월해 글로벌한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세 번째는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신자유주의의 확산이다. 본격적으로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글로벌의 시작이다. 이때 등장한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국가가 자국 시장을 개방하도록 해 공공산업을 민영화했고 자유무역을 허용하는 한편 기업들이 자유롭게 국가 간 이동을 하도록 가속화했다. 이후 1990년대 인터넷의 등장으로 지금의 글로벌을 완성하게 됐다. 1988년 미디어 문화비평가 마셜 매클루언은 과학기술과 통신 발전으로 인류가 하나의 마을을 이루는 ‘지구촌(Global Village)’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어 냈다.

현지화를 뜻하는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은 ‘지역’이라는 공간적 의미와 ‘현재’라는 시간적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종종 로컬을 중심에서 벗어난 변두리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중앙과 지방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 때문이다. 로컬을 하나의 ‘지점(node)’으로 본다면 서울은 좀 큰 지점일 뿐 다른 지역들도 각각 하나의 지점이다.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한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오스카상은 국제적인 영화축제가 아니다. 그저 지역축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스카상을 수직적인 위계의 상위 개념으로 보지 않고 수평적인 구조에서 많은 영화 시상식 중 하나의 중요한 지점으로 봤다. 이처럼 글로벌을 ‘끈’으로 본다면, 로컬은 끈 위 하나의 지점이다. 지점, 즉 지역의 정체성이 분명하다는 것은 로컬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자 지역의 존재 이유다.

지역의 다양성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바탕이 된다. 서울을 좀 더 확대해서 보면 동네마다 로컬이 존재한다. 행정상 ‘지역’과 ‘현지’가 각각 담고 있는 의미를 선명히 구분한다면 서울 속 로컬도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식 파인다이닝(최고급 식당) ‘비움’의 내부(왼쪽 사진)와 외부 모습. 오랜 시간이 묻어 있는 듯한 초석과 나무 기둥, 현대적인 선과 여백…. 글로컬은 한국이 가진 세계적 보편성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 김동규 사진작가 제공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식 파인다이닝(최고급 식당) ‘비움’의 내부(왼쪽 사진)와 외부 모습. 오랜 시간이 묻어 있는 듯한 초석과 나무 기둥, 현대적인 선과 여백…. 글로컬은 한국이 가진 세계적 보편성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 김동규 사진작가 제공
처음으로 돌아가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은 영국의 사회학자 롤랜드 로버트슨이 1990년대 초 제안한 신조어다. 글로컬은 일본의 ‘도차쿠카(どちゃくか·토착화)’에서 유래했다. 즉, 글로벌한 기업이 현지의 풍토를 고려해 로컬화하는 전략이 글로컬의 시작이었다. 바꿔 말하면 글로벌에서 로컬로 진행된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글로컬의 모토는 서로 방향이 충돌한다. 하지만 이것 또한 글로벌과 로컬을 이분법적으로 해석한 결과다. 로버트슨은 글로컬을 ‘보편화와 특수화 경향의 동시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어느 방향으로의 ‘이동’이 아니라 ‘공존’에 방점을 둔 것이다.

얼마 전 미슐랭 요리사가 운영하는 한국 전통 채소 레스토랑을 디자인했다. 작업 초기에 셰프와의 미팅에서 이 식당을 세계적인 미슐랭 레스토랑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말하면서, 미슐랭 선정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경험은 단지 맛뿐만 아니라 철학, 서비스, 공간, 환경에 대한 고려까지 광범위한 것이었다.

이 레스토랑을 디자인할 때 생각한 것은 ‘당연한 아름다움’이었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한국만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오랜 세월 이어온 보편적인 구법을 ‘정성’을 다해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한국의 특수성보다는 한국이 가진 세계적 보편성을 찾는다면 글로벌과 로컬의 공존, 즉 ‘글로컬’을 찾을 수 있다. ‘글로컬’의 핵심 가치와 근본은 공존이다.

김대균 건축가·착착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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