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이 군침을 삼켰던 영국의 의료 전문 부동산 신탁사 ‘어슈라’가 KKR-스톤피크 컨소시엄 품에 안긴다. 이들은 모두 올해 초부터 어슈라 인수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나, KKR이 제시한 전액 현금 인수 조건이 승부를 가른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16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KKR-스톤피크 컨소시엄은 어슈라를 17억 파운드(약 3조 1551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안은 전액 현금 방식으로, 어슈라 이사회는 이를 비롯한 KKR 측의 인수 조건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영국 의료 전문 부동산 신탁사 어슈라는 영국의 국영 의료 서비스인 국민건강서비스(NHS)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현재 영국 전역 600개 이상의 의료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어슈라는 주로 1차 의료시설에 투자하고 이를 운영하는데, 건강 관리 시설을 설립하면 NHS 산하 클리닉 등이 이를 임대하는 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다. 영국 공공의료와의 연결성 덕분에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회사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은 어슈라가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고, 부동산 가치가 탄탄한데도 불구하고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점에서 어슈라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특히 어슈라가 NHS와 10년 이상의 장기 임대 계약을 진행하는 만큼, 경기 상황과 상관없이 예측 가능한 수익을 낸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 중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 곳은 KKR-스톤피크 컨소시엄이다. 이들은 지난 4월 3조원 규모의 인수가를 제시하면서 굳히기에 들어갔지만, 경쟁 후보인 프라이머리 헬스 프로퍼티(PHP)가 수십억 파운드 규모의 합병안을 들고 나오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어슈라 이사회가 복잡한 구조의 주식 합병보다는 현금으로 깔끔하게 매듭지을 수 있는 KKR 측에 힘을 실어주면서 결국 KKR이 승기를 잡았다.
이와 관련해 현지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PHP의 합병 제안은 경쟁 당국의 심사를 거쳐야 하고, 부채가 증가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며 “기존 주주들도 투자금을 즉시 회수할 수 있는 KKR의 현금 인수 방식을 선호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인수는 글로벌 투자사 및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영국의 상장사들을 잇달아 인수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대표적으로 올해 초 캐나다 연기금인 ‘브리티시 컬럼비아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BCIMC)는 상장폐지를 전제로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됐던 인프라 투자사 ‘BBGI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를 10억6000만 파운드에 인수했고,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은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영국의 반도체 기업 ‘알파웨이브IP’를 18억 파운드에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