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본게임 시작"…조단위 M&A ‘풍년’ 예고

[반등하는 M&A 시장]④
자금력 앞세운 대형 플레이어들, 빅딜 재가동
SK실트론·DIG에어가스 등 ‘5조 클럽’ 거래 러시
거래 전략에도 새 흐름 감지…의무공개매수도 주목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올해 하반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은 조 단위 대형 매물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SK실트론과 DIG에어가스, HS그룹의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부, 애경산업 등 굵직한 기업들이 매각 절차에 돌입하거나 새 주인을 물색하면서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금리를 비롯한 경기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금력이 풍부한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조 단위 거래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매각 측 또한 시장 수요에 발맞춰 밸류에이션 조정에 나서면서 거래 성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시장에서는 하반기를 기점으로 국내 M&A 시장이 ‘조 단위 딜의 회복’과 ‘중소형 전략적 거래의 병행’ 등 투트랙 구조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단위의 빅딜은 대기업과 대형 PEF 중심으로, 중소형 딜은 실적 기반의 전략적 인수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무엇보다 이 같은 구도 속에서 그간 잠잠하던 빅딜이 하나 둘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자본시장 안팎의 기대감은 어느때보다 고조되는 모습이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형 매물은 △SK실트론 △DIG에어가스 △애경산업 △HS효성첨단소재 타이어스틸코드 사업부 △테일러메이드 △크린토피아 등이 꼽힌다.

이들 기업은 모두 산업 내 경쟁력이 높고 글로벌 밸류체인에 포함돼 있는 만큼, 국내외 FI뿐 아니라 해외의 SI까지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일부 거래는 예비실사 단계에 접어들었고, 빠르면 3분기 안으로 거래가 마무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특히 수조원대의 몸값이 예상되는 SK실트론과 DIG에어가스를 하반기 빅딜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SK실트론은 국내 유일의 반도체용 웨이퍼 전문 생산업체로, 12인치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에 올라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장 지위와 기술 경쟁력을 고려해 SK실트론의 기업가치를 약 5조원대로 평가하고 있다.

DIG에어가스도 SK실트론에 못지않은 빅딜로 주목받고 있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체인 맥쿼리자산운용은 최근 글로벌 산업가스 기업 에어리퀴드와 글로벌 FI인 브룩필드 등을 적격예비후보로 선정했다. 원매자들은 매도자 측이 희망하는 수준의 인수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며, 본입찰은 오는 7월 말께 진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대형 거래들이 줄줄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가운데 거래 방식이나 조건에서도 새로운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상장사 인수에서는 ‘의무공개매수제’를 선제적으로 적용하는 전략이 주목받는 모습이다. 예컨대 최근 VIG파트너스는 의료장비 상장사인 비올을 인수하면서, 최대주주 변경과 동시에 소액주주에게도 동일한 조건(프리미엄 포함)의 공개매수를 실시해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상장사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기조와도 맥을 같이한다. 사모펀드(PEF)운용사 주도의 M&A에서 기존에는 최대주주 지분만 매입하고 소액주주는 배제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으나, 이번 사례는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