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안 팔길 잘했네"…서학개미 환호 터진 종목 정체

글로벌 인공지능(AI) 칩 대장주 엔비디아가 올 1분기(미 기준 2~4월)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예상을 웃돈 실적에 엔비디아 주가는 장 마감 후 거래에서 5%가량 치솟았다.

28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올 1분기 매출이 440억6000만달러(약 60조5600억원), 순이익 188억달러(약 25조8400억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9%, 26% 증가했다고 밝혔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0.96달러(1320원)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웃돈 실적이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LSEG는 엔비디아 매출이 433억1000만달러, EPS가 0.93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 엔비디아 매출의 88%는 AI 칩과 관련 부품을 포함하는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나왔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391억달러(약 53조7600억원)로, 월가 예상치 392억달러에 근접했다.

엔비디아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 추천 시스템,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 등을 위한 AI 칩 수요가 데이터센터 매출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 AI 인프라에 대한 전 세계 수요는 매우 강력하다"고 말했다.

3차원(3D) 게임용 칩을 포함한 게임 관련 매출은 38억달러(약 5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자동차 및 로보틱스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72% 증가한 5억6700만달러(약 7800억원)로 나타났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매출 증가가 자율주행용 칩과 소프트웨어 판매 확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저사양 칩 'H20'의 중국 수출통제 조치가 없었다면 매출이 25억달러(약 3조4300억원) 더 높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엔비디아는 대중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주력제품인 'H100'보다 성능이 낮은 H20을 만들어 중국에 판매해 왔는데,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H20의 수출까지 금지한 이후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올 1분기 매출 증가율은 지난 2년간 엔비디아가 기록한 수치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분기 실적은 전망치를 소폭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을 450억달러(약 61조8000억원)로 전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459억달러(약 63조1000억원)에 못 미치는 수치다. 엔비디아의 이 전망에는 수출 규제로 인한 H20 AI 칩 매출 손실 80억달러(약 11조원)가 포함됐다.

이날 정규장에서 0.51% 하락한 134.81달러로 거래를 마친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5% 넘게 반등했다. 엔비디아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반색할 결과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누적 보관금액(121억달러) 기준으로 서학개미 2위 투자종목이다. 다만 이달 들어 서학개미는 엔비디아 주식을 매도하는 흐름을 보였다. 예탁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테슬라(19억달러)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SHS ETF(18억달러)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스(17억달러) △엔비디아(11억달러) △팔란티어(8억7500만달러) 순으로 많이 팔았다.

한편 서학개미의 누적 보관금액은 △테슬라(246억달러) △엔비디아(121억달러) △팔란티어(42억달러) △애플(39억달러) △아이온큐(33억달러) 순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