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직접 발표한 스타게이트 설립 전략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을 겨냥한 ‘AI(인공지능) 전쟁’의 선언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중국은 범용 제조업 시장을 싹쓸이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축적해 정부 보조금 등의 형태로 ‘AI 굴기’를 향해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AI가 챗GPT류의 편리한 서비스를 넘어 현대전(戰)의 양상을 결정짓고, 기업의 생산성 혁명에 절대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 분명한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는 AI 능력 향상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5000억달러(약 720조원)를 쏟아붓기로 한 것이다.
○미국 AI·에너지 패권의 상징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 3개사가 주축이 돼 설립할 스타게이트의 목표는 AI 전용 데이터센터와 이를 가동할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와 다르다. 수백만 개의 서버 칩이 장착되고, 고성능 서버를 운영하기 위해선 수전설비 용량(총변압기 용량) 15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4인 가구 기준 약 10만 명이 거주하는 소도시가 연간 사용하는 전력양이다. AI업계 관계자는 “국가 차원에서 AI 성능을 향상하려면 AI 전용 데이터센터가 지역 거점별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도 정부 주도로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을 동원해 AI데이터센터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두만 해도 엔비디아의 AI칩에 대항할 ‘쿤룬’이라는 AI 반도체를 개발해 데이터센터 성능을 높이고 있다. 텐센트는 Hunyuan AI와 같은 초대형 모델을 훈련시키는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중국의 행보를 겨냥해 미국의 AI 패권을 지원하기 위한 반도체, 전력, 데이터센터 확대 필요성을 줄곧 강조해왔다.
전임 정부의 정책 대부분을 뒤집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스타게이트 설립안 발표를 통해 빅테크의 손을 확실히 들어줬다. 오픈AI는 스타게이트의 운영을 도맡을 예정이다. 이날 발표 회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선 올트먼 CEO는 “슈퍼 AI가 등장해 인류가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스타게이트는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주도권 위해 정부 기업 ‘한몸’
트럼프 정부로선 세금 한 푼 안 들이고, 빅테크와 해외 자금을 끌어들여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초대형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구축은 트럼프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에너지 초강대국 전략과도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는 석유, 천연가스, 심지어 석탄산업까지 부활시키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AI 능력 향상을 위해 화석연료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화석연료 부활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기업이 한몸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스타게이트 출범 발표에 대해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 행정부가 최첨단 기술의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투자는 기술 기업과 정부 관료들이 AI를 미국 경제의 미래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며 “빅테크의 경영진이 새 행정부 출범과 함께 AI에 대한 열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호평했다.
강경주 기자/워싱턴=이상은 특파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