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승부, 책임의 승부[임용한의 전쟁사]〈438〉

1 week ago 12

항우를 무찌르고 기원전 247년 한나라 황제로 즉위한 유방은 초한 전쟁에서 공을 세운 이를 왕으로 임명했다. 모두 7명의 왕 가운데 3명은 장군이었다. 강을 등지고 진을 쳐 병사들이 물러서지 못하고 필사적으로 싸우게 한 ‘배수진’ 전술로 유명한 명장 한신, 명성은 한신에 뒤지지만 항우의 군량 수송로를 차단했던 팽월, 결정적인 순간에 항우를 배신하고 유방 편에 섰던 영포다. 반면 연왕 노관은 유방의 고향 친구였다. 어릴 때부터 한동네에서 같이 살았고, 집안끼리도 알고 지내던 죽마고우였다. 초한 쟁패기에 노관은 계속 유방을 따라다니며 시중을 들었다. 명재상 소하, 유방의 제갈량이었던 장량도 노관만큼 유방과 친밀하진 못했다. 유방의 침실에까지 들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그가 유일했다. 유방은 노관을 왕으로 임명하고 싶었지만, 객관적으로 노관의 공로가 장량이나 다른 부하들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친구를 위해 고심하던 유방은 어찌어찌 구실을 만들어 노관을 연나라 왕으로 임명했다. 한나라가 안정을 찾아가자 독립군주로 군림하는 7명의 제후가 불편해진 유방은 토사구팽을 시작했다. 가장 위험한 인물인 한신, 팽월, 영포가 차례로 숙청됐다. 이 숙청을 보면서 연왕 노관마저 불안해졌다. 이래저래 보신책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이를 눈치챈 유방은 망설임 없이 노관을 제거하려 들었다. 노관은 끝까지 유방의 우정에 호소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유방이 병으로 먼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바로 흉노로 망명해 1년 만에 타국에서 사망한다. 평생 친구도 용납하지 못하는 게 권력의 세계이다. 유방은 이처럼 비정하고 냉혹했지만, 통치에 있어서는 황제는 백성의 이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원칙을 따르려고 노력했다. 권력 투쟁은 욕망을 따른다고 해도 통치와 정책은 책임감에 종속돼야 한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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