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치학회 서울총회서 연설
“성장의 탈을 쓴 반민주세력 막아야”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민주주의가 밥을 먹여준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며 “그래야 성장의 탈을 쓴 반민주세력이 불평등과 빈곤의 틈새를 파고들어 민주주의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정치학회 서울총회에 참석해 개막연설에서 “민생경제를 파괴한 ‘친위 군사 쿠데타’에서 목격했듯 민주주의와 경제는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세계정치학회 총회는 80여개국의 정치학자 3500여명이 모여 최근 세계 정치의 흐름과 향후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행사로 ‘정치학의 올림픽’이라고도 불린다. 서울에서 이 행사가 열리는 것은 1997년 이후 28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상대를 말살하고 영구집권하겠다는 욕망에서 비롯된 반민주적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그럼에도 우리 국민은 이를 극복하고 민주주의가 가진 진정한 힘과 희망을 보여줬다”며 “대한민국이 보여준 회복력과 민주주의의 저력은 대한민국의 것이자 전 세계의 것이다. K-민주주의는 세계 민주시민의 등불이자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민들은 맨몸으로 장갑차와 총칼에 맞섰고, 국회의원들은 담장을 넘어 계엄 해제에 나섰다. 장병들은 부당한 명령에 저항하며 존엄과 명예를 수호했다”며 “내란 세력은 국회 유리창은 산산조각 냈을지 몰라도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국민의 결의는 흠집도 내지 못한 것”이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진정한 힘은 제도 그 자체가 아닌,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국민의 간절한 열망과 행동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거듭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또 “갈등과 분열을 심화하는 불평등과 양극화, 국민을 갈라놓는 정치적 극단주의에 맞서야 한다”며 “K-민주주의의 핵심은 자유, 평등, 연대를 철저히 복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말씀드리는 자유는 단지 간섭받거나 제약받지 않을 자유가 아니다”며 “불평등과 양극화, 빈곤의 파고가 성장을 가로막는 위기의 시대에 자유란 곧 경제”라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휴게 공간도 없이 땡볕을 견뎌야 하는 일터, 어디 사는지가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사회에서 어떤 자유가 있겠느냐”며 “자유란 굶주림을 채워줄 따뜻한 식사이자, 빚의 늪에 허덕이던 나를 구해줄 사회안전망”이라고 부연했다.
민주주의 회복이나 자유의 실현은 국민의 기본적 삶을 지키는 데까지 연결돼야만 완성될 수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저절로 오는 민주주의란 없다. 공짜로 누리는 봄은 단 하루도 없다”며 “민주주의의 힘과 주권자의 저력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개를 들어 동방의 나라 대한민국을 바라보라고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