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서울 강남권 프라임 오피스 '역삼 센터필드'의 위탁운용사(GP)를 이지스자산운용에서 코람코자산운용으로 바꿔보려던 국민연금의 시도가 최종 무산되면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법적·경제적 근거가 부실함에도 센터필드 운용사 교체를 강하게 밀어붙인 배경을 두고 시장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자산 이관을 위해 기금운용본부 내부에서 신중론을 펴던 실무 책임자까지 교체하는 등 이례적인 강행 기류가 지속됐음에도, 결국 명분과 실익이 모두 부족했다는 결과만 떠안게 됐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대체투자위원회(대투위)를 열고 센터필드 GP 교체 및 펀드 만기 연장 안건을 심의했으나 최종 부결했다. 당초 기금운용본부 부동산투자실은 투자실 내 고위직 주도하에 GP교체를 추진, 지난 4월 코람코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며 이관을 강행하려 했으나 최종 의사결정 기구에서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대투위 위원들은 실제 자산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운용사에 대규모 성공보수와 지분이익을 정산하는 구조의 법적·경제적 적정성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사를 중도 교체하려면 현재 자산 평가가치를 기준으로 성공보수(약 750억원)와 지분이익(약 200억원) 등 총 1000억 원 안팎을 정산해 줘야 한다. 대투위는 실제 현금화(엑시트)가 되지 않은 자산에 대해 거액의 기금 비용을 지급하는 정산 방식이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대투위는 기금운용본부장(CIO)을 위원장으로 하고 해당 안건 소관 실장(부동산투자실장)을 제외한 내부 위원 3명, 외부 전문가 3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부동산투자실의 단독 의중으로 안건을 관철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결국 국민연금은 기존 GP를 압박하고 새 GP 후보까지 세워놓고도 막판에 결정을 스스로 뒤집은 셈이 됐다.
센터필드는 국민연금이 지난 2018년 이지스자산운용을 GP로 삼아 투자한 초대형 오피스다. 투자 규모는 약 2조1000억원, 현재 시장가치는 최대 4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지분은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가 각각 49.7% 안팎, 이지스가 0.5%가량을 보유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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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사진=국민연금 제공) |
시장의 이목은 국민연금의 내부 의사결정 시스템에 쏠린다. 대투위 단계에서 '법적 근거 미비'로 부결될 사안이었다면, 애초에 실무 단계에서의 사전 검토가 부실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왜 이토록 무리하게 GP 교체를 강행했나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문다.
특히 이번 사태는 부동산투자실 고위직의 독단적 의사결정과 국민연금의 내부 견제 장치 무력화가 맞물린 결과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부결을 두고 시장의 의구심을 자극하는 대목은 부동산투자실이 GP 교체를 강행하면서 일었던 인사 논란과도 직결된다.
부동산투자실은 지난해 12월, 자산 이관에 따른 리스크와 비용 부담 등 국민연금이 얻을 실익이 낮다는 이유로 신중론을 편 것으로 알려진 국내 부동산 투자 실무 총괄(A팀장)을 정기 인사철도 아닌 때에 돌연 교체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감행했다.
특히 후임으로 전면에 나선 실무 팀장이 현재 기금이사(CIO), 부동산투자실장과 마찬가지로 과거 특정 대기업 그룹(삼성 계열) 경력을 가진 인사라는 점 등이 회자되며 기금본부 내부 거버넌스의 독립성 훼손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내부 견제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 속에 당초 시장 안팎에서 제기되던 특정 운용사로의 자산 이관설이 현실화되는 듯했으나, 결국 대투위라는 최종 문턱에서 제동이 걸렸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당시 자산 이관 후보로 코람코자산신탁 등 복수 운용사 명단이 거론됐고, 교체를 확신하는 반복적 언론 보도까지 있었다"며 "이후 센터필드 GP 교체 과정에서 코람코자산운용이 실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지난해 말 구상이 단순한 풍문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 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관투자가(LP) 고위 관계자는 "최종 단계에서야 법률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 나올 사안이었다면 코람코 우협 선정 전 법률·경제성 검토가 충분했는지 의문"이라며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이 자산가치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보다, 특정 운용사 배제와 통제권 확보라는 감정적 싸움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 대체투자 딜에서 이토록 실무진의 강한 주관과 감정이 가감 없이 엿보인 건 상당히 이례적이고 의외라는 평가"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연금 감사실은 부동산투자실의 갑질 및 업무권한 위반 의혹과 관련한 재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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