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최대 6조원의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CJ제일제당(097950)의 바이오사업 매각이 해외 사모펀드(PEF)들의 각축전이 될 전망이다. 국내 대형 사모펀드들이 연달아 인수 참여를 고사하면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해외 사모펀드들은 환차익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CJ제일제당 입장에선 환율 변동성이 안정된 후, 실적 유지가 증명된 뒤에 보다 높은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부 매각에 국내 사모펀드 중엔 뚜렷한 원매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딜 규모가 조(兆) 단위에 이르는 만큼 대형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나 한앤컴퍼니의 참여 및 검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두 곳 모두 참여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인 상태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부는 CJ제일제당을 키운 모태다. 일본 감미료 회사인 아지모노토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라이신, 트립토판 등 사료용 아미노산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최근 3년(2021~2023년) 매출이 모두 3조원을 넘겼으며 올해 3분기 누적 매출도 3조1474억원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 중이다.
환율 급등에 가격 유리해진 해외 PE 바이오사업부 매각전은 일찌감치 해외 사모펀드의 경쟁 구도가 예상됐다. 칼라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스톤 등 글로벌 사모펀드 3~4곳이 이르면 이달말 진행될 본입찰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사업부 매각 주관을 맡은 모건스탠리는 국내외 사모펀드와 해외 일부 기업에도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염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점도 해외 사모펀드들에 유리한 상황이 됐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바이오사업부 기업가치는 최대 6조원인데, 환율이 1400원에서 1430원으로 상승하면 이를 달러로 환산한 매각가는 9000만달러(2% 이상) 낮아져서다. 다만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투자 심리가 약해져 계약 조건을 추가하거나,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원화 약세 국면에서 국내 기업에 투자를 검토 중인 해외 사모펀드들은 매수 전략을 더 공격적으로 추진할 동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정국 불안이 요인이 된다면 딜 참여 자체를 부정적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CJ제일제당이 유리한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황 민감한 바이오…가격 영향 줄까 바이오사업부의 최대 기업가치는 6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연간 EBITDA(상각전영업이익) 5259억원에 식품업계 평균 멀티플 7~8배를 적용한 수치다. 올해 3분기 기준 EBITDA는 4875억원으로, 연간 실적이 개선된다면 추가 멀티플 상향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해당 가격에 매각이 성사될 경우 연간 인수합병(M&A) 최대 금액이 될 전망이다.
다만 바이오 사업부는 업황에 민감하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후발 주자인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탓에 실적 편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최대 6조원의 기업가치가 지난해와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산정된 건데, 당장 내년 글로벌 업황이나 시장 수요가 꺾일 경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적절한 조건으로 바이오 사업부 매각이 성사된다면 CJ제일제당 전사적인 실적 안정성과 재무 안정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최소 2조원 이상의 순차입금 축소가 이뤄진다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