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 이어지는 바스크의 식탁[정기범의 본 아페티]

5 days ago 15

정기범 작가·‘저스트고 파리’ 저자 올여름 나는 딸과 강아지를 데리고 프랑스 파리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목적지는 피레네산맥과 대서양 사이, 바스크 지역이었다. 바스크인들이 ‘에우스칼 헤리아’라고 부르는 이곳은 프랑스 남서부와 스페인 북부를 아우르는 오래된 역사·문화권이다. 국가는 둘로 나뉘었지만 바스크인들은 고유한 언어와 문화, 음식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지켜왔다. 내륙으로 들어가면 산티아고 순례길의 주요 출발점인 생장피에드포르가 나온다. 오래된 성벽과 돌길을 따라 배낭을 멘 순례자들이 피레네산맥을 넘을 준비를 하는 곳이다. 인근 이룰레기에서는 가파른 산비탈에 포도나무를 재배하고, 산에서 흘러내린 차가운 물에서는 송어를 키운다. 이곳에서 바스크 산골의 향토 음식인 ‘트뤼텔’을 맛보았다. 어린 송어를 통째로 익혀 먹는 음식으로, 바삭한 껍질과 담백한 속살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피레네계곡의 맑은 물에서 자란 송어라는 설명을 듣고 나니 산골의 풍경까지 한 접시에 담긴 듯했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멀지 않은 에스플레트는 집 외벽마다 붉은 고추를 줄지어 말리는 풍경으로 유명하다. 에스플레트 고추는 자극적인 매운맛보다 은은한 향과 단맛을 지녀 바스크 요리에 널리 쓰인다. 하지만 마을 전체가 고추를 중심으로 지나치게 관광지화됐다는 인상도 받았다. 프랑스 국경도시 앙다이와 비다소아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스페인의 온다리비아는 한국 여행자들에게 아직 낯선 항구도시다. 오래된 성벽과 알록달록한 발코니가 남아 있는 구시가지, 마리나 주변에는 핀초 바가 이어진다. 핀초는 바게트 위에 햄, 치즈, 해산물 등을 올린 바스크식 작은 요리다. 여러 바를 옮겨 다니며 각 집의 대표 음식을 맛보는 것이 이 지역의 식사법이다. 세계적인 미식도시 산세바스티안의 핀초 바는 여름 관광객으로 붐볐고 가격도 예전 같지 않았다. 반면 온다리비아에서는 훨씬 합리적인 가격으로 그에 못지않은 핀초를 즐길 수 있었다. 산세바스티안 서쪽의 게타리아는 바스크의 바다 음식을 대표하는 항구도시다. 항구 주변에서는 숯불 위에 생선을 통째로 올려 굽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지역의 화이트와인 차콜리는 산뜻한 산미와 약한 탄산감을 지녀 생선과 해산물에 잘 어울린다. 여행 중에는 프랑스 바스크 산비탈에서 생산되는 이룰레기 와인도 찾아다녔다. 생산량이 많지 않아 파리에서도 흔히 만나기 어렵다. ‘도멘 도미니카’의 이룰레기 와인과 카오르의 생산자 파비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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