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헌 서대문구청장, 298억 선결처분키로
구의회 갈등에 올해 준예산 체제로 시작
“합의된 예산안을 구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김영호 국회의원 지시로 일방 파기해
구의회가 예산안 재의결해야”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20일 “주민 복리증진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방자치법 제122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부여된 선결처분권을 긴급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구청장은 이날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준예산 사태를 맞은 서대문구가 어르신일자리, 보훈예우수당, 학교급식, 취약계층 설 명절 지원 등 25개 사업에 298억원을 우선 집행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선결처분권은 예산안 의결이 지연될 때 주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긴급하게 필요한 사안에 대해 예산 비상 조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구청장은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설 명절과 맞물린 민생 피해 등이 우려되는 가운데 준예산 체제 장기화를 더 이상 놔둘 수 없어 선결처분을 긴급 시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서대문구가 비상상황을 맞이한 것은 구의회에서 올해 서대문구 예산안이 여야 갈등 속에 합의 처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청에 따르면, ‘2025년도 서대문구 예산안’은 구의회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쳐 여야가 합의해 사실상 확정된 상태였다. 그러나 더불민주당 김영호 국회의원(서대문을)의 지시에 따라 구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합의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야당안을 지난달 20일 기습적으로 단독처리했다.
서대문구의회는 민주당 소속 의원이 8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소야대 형국이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5명, 개혁신당 1명, 무소속 1명이다.
이 구청장은 “‘민생과 무관하다’며 서대문구 미래세대의 역량개발과 지역발전을 위해 필요한 주요 사업을 일괄 삭감한 수정동의안을 절차를 위반한 가운데 기습 발의하고 민주당 의결로 강행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삭감한 사업은 내외국인 170만 명이 방문하며 세계적 힐링 명소로 급부상한 ‘카페폭포 한류문화체험관’ 조성(10억원), 주민 문화 예술 향유를 위한 ‘클래식 공연’ 예산(2억9000만원), 2024년 4개 전국대회를 모두 석권한 ‘서대문구청 여자농구단’ 운영비(8억4800만원), 홍제홍은역세권 활성화 사업 사전 준비 설계용역비(11억원), 직원 기숙사 매입비(14억5000만원) 등이다. 이들 사업은 이 구청장이 성과를 내며 여론과 언론의 호평을 받은 것으로, 사업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에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게 구청의 주장이다.
이에 구청은 법령을 위반한 예산안 통보에 대해 즉각 재의를 요구했지만 구의회가 거부함에 따라 2025년도 예산이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성립되지 않았다.
서대문구의회 기본조례 23조에 따르면 구청장이나 구의원 1/3 이상이 요구하면 구의회 임시회를 소집해야 한다. 12월 31일에 서대문구의회 국민의힘 의원 5명이 구의회 임시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시행되지 않았다. 이 구청장 역시 지난 15일 구의회 임시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같은 과정에서 구청은 지방자치법 제122조에 따라 선결처분을 시행하게 됐다.
이에 따라 중단 또는 지연됐던 어르신일자리사업과 동행일자리사업,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보훈예우수당, 감염병 예방을 위한 예산,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학교급식 지원을 위한 예산도 집행한다. 아울러 장애인 재활치료, 학교밖청소년 사회진입 및 학업복귀 지원, 위기청소년 생활 및 자립 지원을 위한 예산도 선결 지급한다.
다만 서대문구의회에서 재적의원(15명)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승인받지 못하면 선결처분 효력은 그때부터 상실한다.
이 구청장은 “선결처분 예산이 민생과 직결돼 있고 ‘보훈대상자 설 명절위문금’ 등 설 명절을 앞두고 집행해야 할 예산이 있는 만큼 구의회가 승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득이 선결처분에 이르렀지만 준예산 상황을 조기에 해소하고 민생 예산을 온전히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하루속히 서대문구의회를 개의하여 2025년 예산안을 정상 처리하는 방법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