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국경 열고 증오 몰아내달라” 트럼프 겨냥

1 week ago 10

즉위 한달 레오 14세 미사서 강조
정치적 민족주의-배타적 사고 거론
‘反이민’ 트럼프 에둘러 비판 해석

가톨릭 희년 맞아 ‘거룩한 문’ 통과 의식
9일(현지 시간) 레오 14세 교황이 가톨릭 ‘희년’(25년마다 돌아오는 은총의 해)을 맞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의 ‘거룩한 문’을 통과하는 의식을 거행했다. 전일 즉위 한 달을 맞은 그는 ‘정치적 민족주의’와 ‘배타주의’의 확산을 경고했다. 바티칸=AP 뉴시스

가톨릭 희년 맞아 ‘거룩한 문’ 통과 의식 9일(현지 시간) 레오 14세 교황이 가톨릭 ‘희년’(25년마다 돌아오는 은총의 해)을 맞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의 ‘거룩한 문’을 통과하는 의식을 거행했다. 전일 즉위 한 달을 맞은 그는 ‘정치적 민족주의’와 ‘배타주의’의 확산을 경고했다. 바티칸=AP 뉴시스
“국경을 열고, 장벽을 허물고, 증오를 몰아내 달라.”

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인 레오 14세가 8일(현지 시간) 즉위 한 달을 맞았다. 그는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에서 “사랑이 있는 곳에는 편견도, 이웃과 우리를 갈라놓는 보호구역도, 배타적인 사고방식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의 ‘정치적 민족주의’로 이런 배타적 사고방식이 나타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레오 14세는 이날 특정 국가나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그가 과거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고수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하기 위해 정치적 민족주의와 배타주의를 거론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민자에 대한 포용을 호소하는 레오 14세는 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과 마찬가지로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이다. 추기경 시절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시행한 불법 이민자 부모와 아동을 분리하는 조치를 비판하는 글도 공유했다.

레오 14세는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의 2023년 5월 발언도 되새겼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단절돼 있고, 무관심에 마비됐고, 고독에 짓눌려 있다”며 ‘연대’를 강조했다. 레오 14세는 “오늘날 세계 곳곳의 전쟁은 (단절, 무관심, 고독의) 비극적인 징표”라며 “전쟁이 있는 모든 곳에 ‘화해’와 ‘대화’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교황 선출 직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종식을 촉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레오 14세의 즉위식에 참석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4일 교황과 통화했다.

인간의 확증편향을 강화시키는 소셜미디어에도 우려를 제기했다. 레오 14세는 소셜미디어로 인해 “늘 연결돼 있으면서도 참된 ‘연결’을 하지 못하고, 늘 군중 속에 있으면서도 혼란스럽고 외로운 나그네가 되어 간다”고 지적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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