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조권형]‘깜깜이 선택’ 강요하는 대선, 주요 내각 내정자 공개해야

2 days ago 8

조권형 정치부 기자

조권형 정치부 기자
6·3 대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들은 사실상 후보의 국정 운영 방향과 정책에 대한 ‘깜깜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60일 만에 치러지는 초단기 선거인데 ‘내란 동조 세력 척결’과 ‘범죄자 방탄 독재 저지’를 주장하는 프레임 공방만 난무했다. 정치 개혁과 경제, 외교·안보 정책 등을 집중적으로 다뤄야 할 TV토론은 후보 간 과거 발언과 태도를 문제 삼는 네거티브 공방으로 소모됐다. 그 결과는 역대 최저의 시청률이다.

정책공약집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은 사전투표 하루 전, 국민의힘은 사흘 전에야 공개했다. 이에 유권자들은 각 후보가 집권 후 어떤 나라를 만들지, 경제·외교안보·교육·복지 등 주요 분야에서 어떤 정책을 추진할지,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이는 “일단 뽑고 보라”는 식이며, 유권자의 알권리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후보들이 본투표 전에 국정 핵심 직위를 누가 맡을지 공개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국무총리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외교·국방장관 등 후보와 함께 국정을 운영할 동반자를 국민 앞에 밝히는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후보의 비전과 청사진을 현실화할 사람들이다. 후보 주변의 수많은 인물 중 누가 주요 직위를 맡아 국정 운영에 참여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인 이유다. 선거 전 주요 내각 내정자가 공개되면 국민들은 후보의 국정 철학과 동반자들의 정책 실행 능력을 검증할 수 있다. 각 후보가 국정 운영에 대해 얼마나 준비됐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캠프 논공행상이나 나눠먹기식 인사가 아닌 오로지 국가의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으로 인사를 하는지도 판단이 설 것이다.

앞서 2017년 탄핵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 공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지지율이 고공행진하자 “김칫국 먼저 마신다”는 비판을 의식해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4월 2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각 사전 공개에 대해 “일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사전에 내각을 준비한다는 차원”이라고 했다.

주요 내각 내정자 공개는 비상계엄 여파 등으로 인한 장기간 공석인 자리를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할 필요성에 부응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국무총리와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국방장관 등은 장기간 공석 상태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취임 당일 지명했지만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외교장관 지명에는 11일, 국방장관 지명에는 31일이 걸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총리 지명에 25일, 주요 장관 지명에 30일 이상 소요됐다. 대선 전에 내정자를 공개해 사전 검증과 사회적 논의를 거친다면 국정 공백 상태를 수십 일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국민들의 관심은 “이 후보는 어떤 나라를 누구와 함께 만들 것인가”를 향해 있다. 특히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이 핵심 평가 요소다. 후보들이 초대 내각의 면면을 국민 앞에 자신 있게 꺼내 보이길 바란다. 내각 내정자가 직접 구체적인 정책 방향과 내용을 설명하면 유권자도 더 관심 갖고 들여다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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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권형 정치부 기자 buz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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