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고도예]‘기싸움’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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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예 사회부 기자 “피해자 속옷도 감정해야겠습니다.” 2022년 6월 부산지검 검사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넘겨받은 검사가 경찰관에게 요청했다. 일면식 없는 여성의 머리를 돌려차기로 가격한 30대 남성이 중상해 혐의로 송치된 사건이었다. 남성은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옮겼다. 그리고 7분 뒤 피해자를 내버려 둔 채 현장을 떠났다. 성범죄를 의심할 정황이 있었지만 경찰은 피해자 청바지와 티셔츠 등만 감정하고 속옷에 대해서는 감정을 의뢰하지 않았다. 검사가 뒤늦게 감정을 요청했지만 구속 수사 기한이 다 돼 가도록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검사는 중상해보다 법정형이 높은 살인미수죄로 남성을 기소했다. 남성이 쓰러진 피해자 머리를 계속 걷어찬 점, “피해자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무서웠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점을 근거로 삼았다. 이처럼 구속 사건에서 보완수사는 ‘시간과의 싸움’인 경우가 많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경찰은 피의자를 구속해 10일간 수사하고, 검사는 최장 20일간 직접 수사하거나 보완해 재판에 넘길 수 있다. 수사 기한이 한 달로 짧은 만큼 검사가 사건을 돌려보내기보다 직접 보완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일 새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구속 사건을 보완수사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 등 수사기관이 수사를 전담하고, 공소청 검사는 기소를 담당하게 된다. 검사가 피의자를 조사하거나 속옷 감정을 의뢰하는 대신 수사기관에 보완을 요구해야 하는 것. 문제는 구속 사건 보완수사에 부여된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이다. 검사가 사건을 검토해 보완을 요구하고, 수사기관이 보완한 뒤 송치하고, 검사가 기소를 준비하는 과정이 20일 안에 마무리돼야 한다. 기한 내에 마치지 못해 피의자를 풀어준 채 수사를 이어가게 되면, 피해자는 보복의 공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런 체계에선 형사사법 기관들이 신속하게 소통하고 협업해야만 보완수사 기한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현장에선 사건이 기관 사이를 오가면서 처리가 지연되는 ‘사건 핑퐁’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검사가 보완을 요구했는데 경찰이 보완 없이 송치하고, 검사가 다시 보완을 요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구속 사건에서 ‘사건 핑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기우’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적어도 구속 사건에선 기관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검사는 영장 청구 단계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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