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먹구름에도… 증시 ‘빚투 잔액’ 2.5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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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융자 잔액 18조, 올들어 16%↑
국내 증시 반등에 빚내 추격 매수
“증권사들 이자율 낮추며 부추겨
이달 공매도 재개땐 변동성 커질듯”

개인 투자자 김모 씨(44)는 국내 주식을 더 매입하기 위해 증권사에서 신용융자를 받았다. 여유 자금을 미국 주식에 70%, 국내에 30%씩 투자해 왔는데 연초 이후 상승세인 국내 주식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는 “국내 증시도 중장기적인 질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 주도주를 팔기는 아까워 빚을 내 국내 조선, 항공 종목들을 매수했다”고 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빚투’ 잔액이 올 들어 2조5000억 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탄핵 정국 장기화, 미국발(發) 관세 전쟁 등에도 국내 증시가 반등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추매’(추격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3일 기준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18조146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 대비 15.7%(2조4644억 원) 증가한 수준이다. 이달 5일(18조3537억 원)에는 잔액이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신용거래 융자란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뜻한다. 통상 빌리려는 돈의 50%가량을 증거금으로 내야 한다. 100만 원을 빌린다고 가정하면 본인 자금 50만 원을 보태 총 투자 자금이 150만 원 정도 된다.

빚투가 늘어난 주된 이유는 국내 증시의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이날 코스피는 2,610.69로 마감하며 1월 2일(2,398.94) 대비 8.8% 상승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산적해 있는데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7.8%), 나스닥(―10.82%) 등 미국 증시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코스피가 하루에만 3.39% 급락했던 지난달 28일에도 개인들은 코스피에서 2조324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이자율을 잇달아 낮추고 있다. 삼성·KB증권은 이달 4일, 키움증권은 14일부터 이자율을 최대 0.2%포인트씩 인하했다.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행보라지만 일각에서는 “신용융자 잔액 경쟁이 개인들의 빚투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빚투의 위험성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증권사들은 주가가 떨어지면 고객에게 증거금을 추가로 요구한다. 이때 대출받은 고객이 증거금을 추가로 안 내면 담보로 잡은 주식을 시가보다 낮게 팔아 대출금을 회수하는 ‘반대매매’에 나설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투자자들은 신용융자를 ‘단타 용도’로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 주가 흐름이 예상대로 가지 않으면 손실 폭이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달 말부터 재개되는 공매도가 증시 변동성을 더 키울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신희철 iM증권 연구원은 “과거 공매도 상위 종목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거나 신용융자 비율이 높아 과열 가능성이 높았던 기업들 위주였다”며 “특히 공매도 재개 가능 종목이 코스피200, 코스닥150에서 전(全) 종목으로 바뀔 수 있어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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