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의 삼성'이 어쩌다가…"반도체·스마트폰·TV까지 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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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이솔 한국경제신문 기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이솔 한국경제신문 기자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의 주요 제품이 압도적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주가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기술경쟁력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 약세가 지속됐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19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이처럼 사과했다.

스마트폰·TV·D램 점유율 '뚝'…"대응 늦어" 고백

실제로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 전반에 걸쳐 위기를 겪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주요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수량 기준으로 전년보다 1.4%포인트 떨어진 18.3%를 기록했다. 2022년엔 21.7%였지만 이후 하락세다. 여러 시장조사업체들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지난해 출하량 점유율을 놓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을 정도로 애플과의 격차가 좁혀졌다.

TV 시장 점유율은 2017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전 세계 TV 시장 점유율은 금액 기준 28.3%. 1년 전만 해도 30.1%를 차지했지만 20%대로 내려앉았다. 2021년부터 점유율을 소폭 확대하는 추세였지만 지난해 이 흐름이 멈췄다. 26.5% 점유율을 기록했던 2017년 이후 가장 낮다.

메모리 시장에서도 좀처럼 반등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금액 기준 D램 시장 점유율은 2022년 43.1%로 조사됐다. 이는 삼성전자가 마지막으로 30%대 점유율을 기록했던 2014년(39.6%) 이후 가장 낮은 성적이다.

또한 SK하이닉스보다 연간 영업이익이 뒤처졌고 대만 TSMC와의 격차는 벌어졌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에서 경쟁사에 밀리는 상황.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인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초기 대응이 좀 늦었다"며 자성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19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19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주주들 '5만전자' 성토에 이재용 회장 질책도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패널도 부진한 성적에 머물러야 했다. 삼성전자가 공시를 통해 시장 점유율(금액 기준)을 명시하기 시작한 2017년(43.8%) 이후 가장 낮은 41.3%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디지털 전장 부품인 '디지털 콕핏'도 금액 기준으로 점유율을 공시한 2021년(15%) 이후 최저인 12.5%로 조사됐다.

전날 주총에서 주주들이 주력 사업 부진과 '5만전자'를 성토하기 전에도 이미 질책이 쏟아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위기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은 것으로 전해졌다.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주총 직후 스마트폰, TV, 가전 등 모든 제품에 AI를 적용해 시장을 선도하겠단 구상을 내놨다. 모바일 제품엔 '갤럭시 AI'를 확대 적용하고 TV는 '차세대 AI 스크린'에 초점을 맞춰 영향력을 키울 계획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은 "AI 적용을 플래그십 제품부터 보급형까지 확대하는 중으로 이달 말 어썸 인텔리전스를 본격적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했다. 점유율 1%에 머물러 있는 중국 시장과 관련해선 "중국 전략의 기본 방향은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오전 경기 수원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장 앞 전시공간에 인공지능(AI) 컴패니언 '볼리'가 기능을 시연하고 있다. 영상=김대영 기자

지난 19일 오전 경기 수원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장 앞 전시공간에 인공지능(AI) 컴패니언 '볼리'가 기능을 시연하고 있다. 영상=김대영 기자

AI 확대 총력…'한종희·전영현' 투톱으로 돌파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에선 AI 기반의 개인화된 사용경험을 제공해 만족도를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사이니지 플랫폼 서비스, AI 홈 컴패니언 '볼리' 등 신규 사업 모델도 발굴한다. 로봇 사업에도 힘을 싣는다. 로봇 AI와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투자를 이어가기로 했다.
DS부문은 사업별 전략을 수립해 대응한다. 메모리는 선단 공정 기반 HBM 적기 개발로 차세대 AI 제품 경쟁력을 확보한다. 고성능·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품군도 확대한다. 시스템LSI사업부에선 시스템온칩(SoC) 성능 극대화로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탑재를 노린다. 고화소 경쟁력을 갖춘 이미지 센서를 앞세워 신규 고객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한종희·전영현' 투톱 체제를 띄웠다. 회사는 전날 주총 직후 이사회를 열어 지난해 11월 인사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에 위촉됐던 전 부회장을 공식 선임했다. 삼성전자는 부문별 사업 책임제를 확립한 만큼 사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전사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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