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물류 회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유가증권시장 상장 절차에 들어간지 한 달 여만에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수요예측 부진으로 제 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2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기업공개(IPO) 절차를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대내외 금융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회사의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상장 철회 결정을 내렸다"며 "적정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3월 24일 증권신고서를 내고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당시 주당 공모 희망가 범위는 1만1500~1만3500원 사이였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4789억∼5622억원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마감된 수요예측에서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 또는 그 이하에 기관 주문이 몰리면서 당초 예상한 몸값보다 더욱 낮은 금액이 책정되자 아예 상장 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상장을 추진할 때만 해도 몸값이 1조원 이상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올 들어 글로벌 통상 환경이 악화되고 공모 시장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몸값을 5000억원대로 크게 낮췄다.
상장을 철회하면서 롯데 측은 재무적 투자자인 에이치PE로부터 투자한 지분을 전량 사들여야 한다. 풋옵션 행사 가격(주당 5만720원)을 고려하면 롯데지주와 롯데호텔이 부담해야 할 총 금액은 3789억원으로 추산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17년 에이치PE로부터 286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향후 상장이 무산될 경우 롯데지주와 롯데호텔에 지분 전량을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