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은 얼마나 비용이 드는가. 고용노동부가 꺼내 든 공정수당을 보며 떠오른 질문이다. 공정수당은 계약 기간이 짧을수록 최대 10%를 더 얹어주는 제도다. 쪼개기 계약을 막고 불안정한 노동을 보상하겠다는 취지는 분명 선하다.
겉으로 보면 공정수당은 약자 보호지만 구조적으로는 가격 신호다. 단기 계약일수록 더 비싸게 만들어 사용자가 장기 고용이나 정규직 전환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짧게 쓰면 더 내라”는 메시지다.
그런데 정작 그 가격이 얼마인지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고용노동부는 “범위가 넓어 계산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정수당이라는 이름은 정해졌지만 정작 ‘공정의 가격표’는 없는 셈이다. 얼마를 써야 공정해지는지, 또 그 비용을 어떻게 부담하는지에 대한 답이 안 나왔는데 정책이 먼저 달리고 있다.
게다가 정책 신호는 공공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부가 ‘모범 사용자’를 자처하는 순간 민간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까지 인건비 상승 압박을 받게 되고, 공정수당은 사실상 시장 전반의 기준처럼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가격이 오르면 기업의 선택지는 단순해진다. 덜 뽑거나, 더 쪼개거나. 프랑스는 계약 종료 시 임금의 10%를 추가로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1개월 미만 초단기 계약 비중이 크게 늘었고 계약 기간은 더 짧아졌다. 한국이라고 이 경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우리는 이미 선의의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왜곡되는지 경험했다.
공정은 숫자로 완성되는 개념이 아니고, 공짜도 아니다. 누군가에게 더 주는 순간 그 비용은 반드시 다른 이에게 전가된다. 공정수당이 진짜 공정을 만들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키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경기도라는 지방 단위에서 실시한 공정수당 실험이 전국으로 확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수당이 공정을 만들지, 공정하다는 착각만 키울지는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분명한 것은 하나, 공정에도 가격이 있다는 것이다. 그 가격표부터 먼저 내놓는 것이 정책의 출발이어야 한다.
[최예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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