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일 사람 또 있을텐데”…홈플, 법정관리 신청 열흘만에 공식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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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0억원 규모 채권 변제
나머지 금액도 문제 없어
현재 현금 약 1600억 보유
영세상인 채권부터 변제할것

MBK, 각종 의혹 적극 부인해
회생 계획안 제출 6월 3일까지
‘외상경영’ 문제라는 비판 나와
정부, CP·단기사채 위법성 조사
국토부, 리츠 현황 파악 나서기도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맨 앞줄 오른쪽)과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를 비롯한 홈플러스 경영진들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업회생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관계자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주형 기자]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맨 앞줄 오른쪽)과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를 비롯한 홈플러스 경영진들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업회생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관계자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주형 기자]

홈플러스 경영진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한 지 열흘 만에 고개를 숙였다.

홈플러스는 14일 김광일(MBK파트너스 부회장)·조주연(사장) 공동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영진은 “3400억원 규모 협력사 납품대금·정산금 등 상거래 채권 상환을 마쳤다”며 “나머지 금액 변제도 전혀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조주연 사장은 모두 발언에서 “이번 회생절차로 인해 불편을 겪고 계신 협력사, 입점주, 채권자 등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책임 있는 자세로 모든 채권을 변제해 이번 회생절차로 인해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는 전날까지 상거래채권 3400억원의 상환을 마쳤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에 돌입한 지난 4일 이전까지 쌓인 상거래채권 중에서 영세업자 몫을 우선 상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협력사 물품·용역 대금이나 임차인 정산대금을 아우르는 상거래채권은 회생채권과 공익채권으로 나뉜다. 회생절차에 돌입한 지난 4일 기준으로 20일 이내에 발행한 채권은 공익채권, 그 이전에 발행한 건 회생채권으로 분류한다. 홈플러스의 회생채권 총 규모는 4584억원이다. 홈플러스는 공익채권 등을 포함한 상거래채권의 정확한 전체 규모를 집계조차 못 하고 있다.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조 사장은 “대기업과 브랜드 점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세업자 채권은 곧 지급 완료할 것”이라며 “전날 기준 현금시재가 약 1600억원이며, 영업을 통해 매일 현금이 유입되는 점을 고려할 때 잔여 상거래채권 지급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채권은 영세상인 몫을 먼저 변제한 뒤 오는 5월까지 상환을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조 사장은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 홈플러스의 거래와 영업에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협력사와 임차 점주들이 정상화에 적극 협력해 전날 기준 하이퍼(대형마트), 슈퍼, 온라인 거래유지율은 9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지난 4일 이후 한 주 동안의 매출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던 작년 동기보다 13.4% 증가하는 등 회생절차와 상관 없이 좋은 성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왼쪽)가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사진 = 연합뉴스]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왼쪽)가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사진 = 연합뉴스]

이날 김광일 부회장은 회생 신청을 신용등급 하락 이전부터 준비했다는 의혹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을 확인한 뒤 연휴 기간에 의사결정을 통해 추진했다”고 말했다. 신용 등급 하락을 미리 알고서도 카드 대금을 기초로 하는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한 것 아니냐는 의심에 대한 반박이다.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 변제해야 한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에 대해 김 부회장은 “회생이 개시돼 사측이 결정할 수 없고, 법원이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매출채권 유동화는 카드사가 했지 저희가 한 게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다만 “(ABSTB 채권자들도) 궁극적으로는 홈플러스 채권자”라며 “회생절차 내에서 전액 변제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김 부회장은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다수 점포를 매각 후 재임차(세일즈앤드리스백)해 경영을 악화시켰다는 비판 △회생계획안에 점포 추가 매각 계획을 담았다는 의혹 △홈플러스에서 관리보수를 받았다는 의혹 등을 모두 부인했다. MBK의 홈플러스 회생 의지에 대해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가 부도가 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주주로서 권리를 내려놓고 회생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과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가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3.14 [한주형기자]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과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가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3.14 [한주형기자]

일각에서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책임을 지고 사재를 출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만 홈플러스 경영진은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즉답을 하면서도 부인하진 않아 여지를 남겼다.

홈플러스는 다음달 초순까지 채권자, 담보권자, 주주 목록을 법원에 신고할 예정이다. 누락 채권 등을 확인해 오는 5월 초순에는 채권의 존재 여부, 금액 등을 확정짓는다. 이후 법원이 선임한 조사위원이 홈플러스의 자산 실태, 기업 가치를 조사해 홈플러스가 계속 영업하는 게 청산가치보다 큰지 판단하게 된다. 회생 계획안 제출은 오는 6월 3일까지다.

간담회가 열린 홈플러스 본사 앞에선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의 홈플러스 규탄 기자회견도 열렸다. 비대위는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하고 변제하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유통업계와 금융권 일각에선 홈플러스가 ABSTB 발행을 통해 미뤄온 물품대금이 2년 새 2배 수준으로 늘어나는 등 ‘외상경영’이 결국 회생절차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현재 회생에 돌입하면서 미상환된 ABSTB 잔액은 4019억2000만원이다. 약 2년 전인 2023년 2월 말 기준 잔액은 2012억2000만원으로 절반 수준이었다. 지난해 2월 말엔 3036억1000만원으로 늘어났고 최근까지 증가세가 이어졌다.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주형 기자]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주형 기자]

금융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은행연합회·IBK기업은행은 이날 관계기관 점검회의를 열고 홈플러스가 발행한 기업어음(CP)·단기사채 등과 관련해 위법 소지가 발견될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전날부터 신영증권과 두 곳의 신용평가사에 대한 검사를 벌이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홈플러스 협력업체 대금 지급 동향을 점검하고 은행권이 시행 중인 자체 지원 방안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또 필요시 관계 부처와 협업에 추가 대응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홈플러스 상품권 등과 관련한 소비자 불편 사항에도 민원 동향을 모니터링해 대응하기로 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홈플러스를 자산으로 편입한 부동산 리츠(REITs) 현황 파악에 나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리츠 운용사를 상대로 홈플러스 부동산 매입과 관련된 현황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임차료 미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리츠 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토부도 선제적 조치에 나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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