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이어 車 고율 관세 강행 예고
美상무장관도 “韓 등 모든 車 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미국이 수년 동안 다른 국가로부터 “착취당했다”며 다음 달 2일 예고했던 대로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전 세계에 25% ‘관세 폭탄’을 날린 철강·알루미늄은 물론이고 고율 관세가 예고된 자동차 등에 관한 관세도 밀어붙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상호 관세 부과 계획의 변동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노(No)”라고 일축했다. 또 “(관세로) 약간의 혼란이 있겠지만 길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의 금융시장 약세를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는 ‘관세 전쟁’을 벌이는 캐나다를 향해 “그들은 미국이 필요하지만 미국은 그들의 에너지도, 목재도 필요하지 않다”며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될 것이란 기존 발언을 되풀이했다. 유럽연합(EU) 또한 “고약하다”고 비판했다.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4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상호 관세가 현실화하면 한국, 일본, 독일 등이 생산하는 모든 수입차에 관세가 부과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래야 공평하지 않겠느냐. (어디에서 만들어진 자동차라 해도)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관세 유연” 다음날 “더는 안당해”… EU-加-中 난타 예고
[트럼프發 통상전쟁] “내달 2일 상호관세 굽히지 않을것”
관세 오락가락 비판에 ‘정면돌파’… 加 콕집어 “年 290조원 보조 안돼”
EU의 주류 보복관세엔 재보복 밝혀… 美여론 “관세로 물가 오를것” 우려
● “관세 유연성” 하루 만에 “안 굽혀”
이달 4일에도 지난달 유예했던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를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하루 뒤 다시 “한 달 유예”를 언급했다. 11일에는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5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하더니 약 6시간 만에 철회했다.
이런 행보를 두고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12일에는 “일관성이 없는 게 아니라 유연성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더니 13일에는 또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철강·알루미늄·자동차 관세 부과 방침을 굽히지 않겠다고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무역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캐나다를 콕 집어 “미국이 매년 2000억 달러(약 290조 원)를 지출해 가며 한 나라(캐나다)를 보조할 수 없다. 우리는 그들의 자동차, 에너지, 목재 등 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캐나다가 안보 비용을 적게 지불하며 미국으로부터 많은 무역 흑자까지 기록했다면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그는 또 “캐나다는 (미국의) 가장 위대한 주(州)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주권 침해’ 성격이 다분한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한 셈이다.
● 미-EU ‘술 전쟁’에 주류업계 비상
미국 주류업계 또한 관세 전쟁의 한복판에 놓였다. EU가 다음 달 1일부터 미국산 위스키 등에 대해 5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EU산 와인·샴페인·알코올 제품에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 여파로 EU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미국 주류업체는 관세 부과 전에 조금이라도 수출을 늘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13일 진단했다. 유명 위스키 브랜드 ‘잭다니엘’의 제조회사인 ‘브라운포맨’은 매출의 약 20%를 EU에 의존하고 있다.
EU산 와인을 들여오는 미국 업체 또한 관세 여파로 제품 소매가격 인상, 일부 직원의 해고가 불가피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일부 주류 애호가들은 1920, 30년대 미국의 ‘금주법’을 거론하며 소셜미디어에 “새로운 금주 시대가 다가온다”는 냉소 섞인 글을 올렸다. 13일 미국과 유럽의 주요 주류업체 주가도 대부분 하락했다.
관세 전쟁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도 높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와 이코노미스트가 9∼11일 미국 성인 1699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0%는 “관세가 오르면 물가도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는 답도 48%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직후에는 미국 경제가 나빠졌냐는 질문에 37%의 응답자만 동의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 또한 13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의 무역 전쟁으로 중국이 정말로 이득을 보고 있다. 무역 전쟁은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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