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은 집일까 방일까… 서재와 거실 주방 공유하며 더 쾌적하게[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1 day ago 2

공유 기반의 새 주거 솔루션 만드는 홈즈컴퍼니
다양하고 새로운 1인 주거 창출
지하철역 낀 동네분석사이트 개설
고급 시설 나눠 쓰는 마을도 조성

이태현 홈즈컴퍼니 대표가 11일 서울 강남구 선정릉역에 바로 붙어 있는 홈즈스튜디오의 공용 거실에서 거주자들의 거실 이용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편하게 누워서들 지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이태현 홈즈컴퍼니 대표가 11일 서울 강남구 선정릉역에 바로 붙어 있는 홈즈스튜디오의 공용 거실에서 거주자들의 거실 이용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편하게 누워서들 지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콜럼버스의 달걀 이야기에는 생각의 틀을 깨게 하는 힘이 있다. ‘혼자 사는 더 나은 주거공간’에 적용하면 어떤 답이 가능할까. 올해로 설립 10년을 맞는 홈즈컴퍼니는 1인 가구 주거공간에 천착해 그 답을 가지고 있다. 11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태현 대표이사(51)는 “지금까지 1인 가구들이 살아온 곳은 집이 아니라 방에 가깝다. 따지고 보면 침실 위주의 공간만 있는 거다. 우리는 거실이나 서재, 대형식탁, 세탁실 같은 것이 있는 ‘집’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창업 배경을 밝혔다.

● 1인 가구 관점으로 동네 분석해 공개

홈즈컴퍼니는 교통 편의시설 음식점 병의원 공원 카페 등 11가지 요소로 지하철역 주변 동네를 분석해 놓은 플랫폼 ‘웰컴홈즈’를 작년 8월에 공개했다. 일종의 동네 보고서다.

서울 시내 305개 지하철역 이름을 넣으면 그 부근 동네의 특성이 나온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여러 지역을 같은 지표로 비교해 볼 수 있어 편리하다. 예컨대 서울 마곡나루역을 입력해 보면 ‘자연경관과 인프라의 완벽 하모니!’ 같이 그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제목이 나온다. 11개 항목별로 서울 평균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도 알 수 있다. 특정 오피스텔 건물을 선택하면 최근 거래된 전월세 거래 가격은 물론이고 해당 건물 주변 700m 이내의 편의점 운동시설 문화시설 병원과 약국 수 등이 나온다. 반경 내의 유흥시설 및 성범죄자 수를 분석해 만든 동네 안전점수도 볼 수 있다.

● “데이터 기반의 부동산 종합서비스 회사”

이 대표는 “홈즈컴퍼니는 데이터를 활용해 과학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회사는 서울 전체 지하철역 인근 동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 전략을 세운다. 이 회사가 구축한 ‘홈즈 지하철역 랭킹(HSR·HOMES Subway-station Ranking) 시스템’은 대중에게 공개된 웰컴홈즈의 모체다.

홈즈컴퍼니는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별로 특화 서비스를 만든다. 이 대표는 “5월에 오픈하는 홈즈스튜디오 고대점 부근에는 고대 병원이 있다. 이런 경우 의사나 간호사들의 임차 수요가 중요하다. 야근 등 격무에 시달리는 그들을 위해 안마의자를 설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홈즈스튜디오 선정릉역의 공용 서재(위 사진)와 이케아 가구로 꾸민 방. 홈즈컴퍼니 제공

홈즈스튜디오 선정릉역의 공용 서재(위 사진)와 이케아 가구로 꾸민 방. 홈즈컴퍼니 제공
홈즈컴퍼니의 주거상품은 크게 홈즈스튜디오와 홈즈스테이로 나뉜다. 홈즈스튜디오는 1인 가구를 위한 공유 주거(코리빙) 상품이고, 홈즈스테이는 거주 개념이 가미된 호텔(레지던스 호텔) 상품이다. 홈즈스테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시작해 성공적인 상품이 됐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때 갑자기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버렸고, 정부에서 취득세와 보유세를 높여서 사업에 위기가 닥쳤다. 그때 운영이 어렵던 호텔을 좋은 가격에 매입해 레지던스 호텔로 바꾼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고 했다.

홈즈컴퍼니는 이런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적정 임대료와 적정 매입가를 분석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이 대표는 “소속 중개법인들과 협업해 좋은 물건을 발견하고, 확보한 자금으로 적정가에 매입하고, 리모델링을 한 뒤, 적정 임대료로 임차인을 들이는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고 했다.

현재 홈즈컴퍼니는 국내외 10여 곳에 주거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대체 자산 운용사인 영국의 ICG와 함께 2023년에 결성한 3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활용해 올해 안에 100곳을 더 늘릴 계획이다. 이 대표는 “ICG가 우리와 손을 잡은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잘 구축해 놓은 임대시장에 관한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이 펀드로 수원과 독산, 선정릉 등 3개 지역에 사업장을 확보했다. 홈즈스튜디오 선정릉점은 2018년 196억 원에 매입해 운영해 오다가 작년에 홈즈-ICG JV 펀드에 253억 원에 넘긴 경우다. 이 대표는 “선정릉점 초기 투자자들은 연환산 수익률 기준으로 8% 이상을 받아 성공적인 투자를 한 것”이라고 했다.

● 도시계획 전공 살려 좋은 인프라 만들고 싶어 창업

이 대표는 도시계획을 전공한 전문가다. 연세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규슈대에서 도시계획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신도시개발업무를 담당했고, 삼성물산에서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에 참여했다.

그가 부동산 개발을 전문적으로 하는 홈즈컴퍼니를 창업한 배경에는 일본 유학 시절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도시계획 전공자로서 일본에서 공부할 때 멋진 프로젝트들을 많이 봤다. 도쿄의 미드타운과 롯폰기힐즈, 후쿠오카의 캐널시티 같은 것들을 한국에서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창업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자본과 브랜드 인지도가 부족해 힘들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을 분석하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모델을 정교화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민간 투자자들이 진득하게 기다려준 덕분에 어려운 시기를 견뎌냈다고 밝혔다.

향후 사업에서 정부의 규제는 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양질의 주거공간 확대를 위해서는 기업형 임대사업자 필요하다는 것을 정부도 알지만 부동산 정책이 아직 정교하게 이를 구분해서 시행되지는 않아서다.

이 대표는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것이 우리의 본업이다. 단순한 매입이 아니라 대상지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도록 하는 게 목표다”고 했다. 홈즈컴퍼니는 작년에 매출 298억 원 영업이익 1억6000만 원으로 첫 흑자를 냈다. 올해 매출 목표는 530억 원이다. 이 회사는 사업부별로 부문 대표를 두고 힘을 키우고 있다. 코리빙사업부문은 이승준 대표가, 코빌리지 컴퍼니는 이재우 대표가, 미스터홈즈 중개법인은 고상철 대표가, 글로벌 사업부문은 문종환 대표가 맡고 있다.

● 외국 진출과 마을 조성

홈즈컴퍼니는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23년 9월 일본 신주쿠에 홈즈스튜디오를 오픈했다. 국내 공유 주거 브랜드가 해외에 진출한 첫 사례다. 이 대표는 “일본 진출은 성공적이다. 외국인의 주거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전통적인 일본 임대시장에서는 보증금이 있더라도 보증인이 없으면 임대 계약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다. 물론 편의성도 갖췄다”고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도 준비 중이다.

아울러 홈즈컴퍼니는 1인 주거를 넘어 ‘코빌리지’라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코빌리지는 홈즈컴퍼니와 간삼건축이 함께 만드는 공유 마을 브랜드다. 코빌리지는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으로 구성해 모두 임대할 계획이다. 월풀, 노천탕, 당구장, 탁구장, 수영장, 온실, AV룸 등 다양한 공유 시설을 제공해 개인이 소유하기 어려운 시설을 공동체가 함께 이용하는 개념이다. 이 대표는 “교외 지역에 자족형 일자리와 커뮤니티 생활 기반을 조성해서 주민들이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코빌리지의 핵심”이라고 했다.

향후 부동산 임대업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이 대표는 일본의 부동산 경영학 개념을 언급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작은 원룸 하나를 임대하는 사람도 자신을 부동산 경영자라고 여긴다. 앞으로는 중소기업을 경영하듯이 브랜딩, 세일즈, 재무관리, 외주관리 등을 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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