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90% 배당’도 요구… 상법 개정땐 행동주의펀드 공격 세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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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업계, 행동주의펀드 우려 커져
개정안,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강제… 무리한 요구도 주주 의무 해석 가능
최근 주요국 중 한국서만 공격 급증… “경영권 방어 힘쓰다 미래투자 소홀”

#1. 코웨이 지분 2.84%를 보유한 행동주의펀드 얼라인은 1월 코웨이에 공개 주주 서한을 발송하고 주가 부양을 위해 순이익의 90%를 배당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코웨이는 과도한 주주환원으로 재무 건전성이 크게 나빠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맞섰다. 얼라인은 결국 90% 상향안을 철회했지만 “코웨이 경영진이 스스로 주주들이 납득할 만한 밸류업 플랜을 내놓을 기회를 주겠다”고 엄포를 놨다.

#2. 지난해 10월 영국계 행동주의펀드 팰리서캐피털이 SK스퀘어의 지분을 1% 이상 확보하며 재계를 긴장시켰다. 팰리서는 2015년 삼성물산 엘리엇 사태를 일으켰던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출신이 2021년 출범시킨 펀드다. 팰리서는 지분 확보 이후 SK스퀘어에 자사주 매입과 이사회 변경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전후해 SK스퀘어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자 차익을 낸 뒤 지분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강제한 상법 개정안이 1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행동주의펀드 공격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기업들이 이들의 공격에 맞서 경영권 방어에 힘을 쓰는 동안 미래를 위한 투자나 신사업 진출엔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배당률 90%로 늘려라” 무리한 주주 요구에 끌려다닐 우려

코웨이 외에도 행동주의펀드가 무리한 주주 배당을 요구하는 사례는 최근 이어지고 있다. 얼라인은 지난해 10월 두산밥캣 지분 1% 이상을 확보한 뒤 회사에 1조5000억 원의 현금을 특별 배당에 사용하라고 요구했다. 두산밥캣 측은 “합리적 경영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배당 가능 이익을 일시에 소진하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주주 환원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거부했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 통과가 이 같은 행동주의펀드 공격에 ‘진입로’를 열어 준 셈이라고 우려했다.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 의무를 지켜야 하는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는데, 행동주의펀드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도 주주에 대한 의무로 해석할 가능성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또 기존에는 법원이 이사에 대한 주주의 직접적인 손해배상 청구 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주주가 이사에 대해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당장은 손실이 나더라도 미래 성장성을 보고 결정하는 대형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투자에 족쇄가 채워지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재원을 분배하는데, 코웨이나 두산밥캣 등의 사례처럼 단기 수익과 주가 부양에만 치중하는 의사 결정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사업 투자 위축되고 경영권 방어 부담만 늘 것”

최근에는 주요국 중 한국에서만 행동주의펀드의 개입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이 3, 4세 경영으로 내려오며 대주주 경영권이 취약해진 틈을 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행동주의펀드 공격을 받은 한국 기업은 8개였으나 5년 만인 2023년에는 77개로 9배 넘게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68개에서 103개로 약 1.5배 느는 데 그쳤고 , 미국은 543개에서 550개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행동주의펀드와의 주총 대결에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기업들의 방어 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전날 상법 개정안 통과 직후 반대 논평을 낸 데 이어 재의요구권 행사 요청을 위한 공동 행동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코스닥협회도 논평을 내고 “기업들을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내몰고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게 함으로써 기업의 경영활동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벤처기업협회도 “벤처기업들의 혁신 성장 동력을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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