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업계, 행동주의펀드 우려 커져
개정안,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강제… 무리한 요구도 주주 의무 해석 가능
최근 주요국 중 한국서만 공격 급증… “경영권 방어 힘쓰다 미래투자 소홀”
#2. 지난해 10월 영국계 행동주의펀드 팰리서캐피털이 SK스퀘어의 지분을 1% 이상 확보하며 재계를 긴장시켰다. 팰리서는 2015년 삼성물산 엘리엇 사태를 일으켰던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출신이 2021년 출범시킨 펀드다. 팰리서는 지분 확보 이후 SK스퀘어에 자사주 매입과 이사회 변경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전후해 SK스퀘어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자 차익을 낸 뒤 지분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강제한 상법 개정안이 1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행동주의펀드 공격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기업들이 이들의 공격에 맞서 경영권 방어에 힘을 쓰는 동안 미래를 위한 투자나 신사업 진출엔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배당률 90%로 늘려라” 무리한 주주 요구에 끌려다닐 우려재계는 상법 개정안 통과가 이 같은 행동주의펀드 공격에 ‘진입로’를 열어 준 셈이라고 우려했다.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 의무를 지켜야 하는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는데, 행동주의펀드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도 주주에 대한 의무로 해석할 가능성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또 기존에는 법원이 이사에 대한 주주의 직접적인 손해배상 청구 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주주가 이사에 대해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당장은 손실이 나더라도 미래 성장성을 보고 결정하는 대형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투자에 족쇄가 채워지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재원을 분배하는데, 코웨이나 두산밥캣 등의 사례처럼 단기 수익과 주가 부양에만 치중하는 의사 결정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사업 투자 위축되고 경영권 방어 부담만 늘 것”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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