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유일하게 매수세를 이어갔던 기관투자가들의 전략이 결과적으로 들어맞았다. 8거래일 연속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2조5000억원을 순매수했던 기관들이 사들인 상위 종목 대부분이 상승했다.
사진=국민연금 |
16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비상계엄 발표일 이후인 4일부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전날 13일까지 기관투자가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5218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8468억원, 1조3429억원 순매도한 것과 대비된다.
변동성 장세에서 유일한 매수 주체였던 기관이 이 기간(4~13일) 순매수한 종목 상위 10개는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카카오(035720), 삼성전기(009150), 현대차(005380), KB금융(105560), 기아(000270), POSCO홀딩스(005490), SK이노베이션(096770), 삼성중공업(010140) 등의 순이다.
이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수 비중이 각각 42.1%, 14.8%로 절반 이상인 57%를 차지한다.
기관이 사들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평균 매수 단가는 각각 5만4248억원, 17만306원으로 이날 종가 기준 각각 2.42%, 5.1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누적 순매수액(6739억원, 2372억원)에 대해 약 284억원의 평가이익이 예상된다.
자사주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는 삼성전자도 이 기간 1020만주를 순매수, 평균단가는 5만4425원으로 기관투자가들과 비슷한 수익률을 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10조원 매입 방침을 밝힌 이후 지난달 20일부터 약 2000주를 사들였다. 약 한 달간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한 거래량을 종가 기준으로 가중산술평균한 매입단가는 약 5만5000원이다.
반면 계엄 이후 개인과 외국인은 같은 기간 삼성전자를 각각 4567억원, 7403억원 팔아치웠다. 결과적으로 금융시장 불안정기에 증시를 떠받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저가 매집에 나선 것이 현재까지는 성공한 셈이다.
반도체주 다음으로 많이 산 종목은 카카오다. 계엄 선포 이후 오히려 급등했던 카카오는 이날 4.25% 급락하며 4만3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평균 매수단가 4만4620원 대비 -1.36%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이 외에 상위 매수 종목 가운데서는 KB금융(-3.15%), 기아(-0.4%) 등이 하락했고, 삼성전기(10.95%)·현대차(1.75%)·POSCO홀딩스(0.45%)·SK이노베이션(5.20%)·삼성중공업(5.43%) 등 대부분 종목은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