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은 출입을 할 수 없습니다. 길이 없으니 돌아가세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주변에서 경찰이 길거리를 지나가는 시민을 일일이 붙잡고 이렇게 말했다.
이날 헌재 주변은 줄지어 주차된 대형 버스와 4m 높이의 플라스틱 가벽으로 요새화돼 있었다. 경찰이 전날 오후 2시부터 헌재 반경 150m 구역을 진입이 불가능한 일종의 ‘진공 상태’로 만든 것이다. 경찰은 주민 등 구체적 신원이 확인되지 않으면 헌재 주변으로 아무도 진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은 경찰에 막혀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직후 서울서부지방법원 사태와 같은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폭력행위엔 즉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경찰 인력의 50%를 동원하는 ‘을호비상’을 발령한 데 이어 선고 당일엔 경찰 인력 100%를 투입하는 ‘갑호비상’을 전국에 발령한다. 갑호·을호는 1·2단계 수준의 비상근무 체제를 말한다.
선고 당일엔 전국 210개 기동대 1만4000여 명과 다수의 형사기동대, 대화경찰 등이 서울 종로구 주변에 배치된다. 경찰특공대 30여 명과 탐지견도 투입된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탄핵 선고와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불법행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헌재 주변을 엄격하게 통제하자 인근 상인들은 어쩔 수 없이 선고 당일 영업을 쉬기로 결정했다. 우체국과 카페·식당 등은 가게 입구에 ‘4일 임시 휴업’을 공지했다. 신한·하나은행 등도 선고 당일엔 임시 휴점을 한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