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이겼다!”
4일 오전 11시 22분께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하자 이곳에서는 우레와 같은 탄성이 터졌다.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수백명의 참가자들은 제자리에서 뛰고 서로 얼싸안으며 환호했다. 셀 수 없이 몰린 인파와 한국의 시위 문화가 흥미롭다는 듯이 외국인 관광객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했다. 곳곳에서 이를 보도하는 외신 기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간이 무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뉴스를 보던 한 시위 참가자는 내내 초조한 표정을 짓다가 선고 순간에 고개를 푹 숙이기도 했다. 다시 고개를 든 참가자의 눈엔 눈물이 맺혔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환한 표정의 그는 “전원일치래”라며 옆사람을 끌어안았다.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의 수는 육안으로 추산이 불가할 정도였다. 이들은 선고 시간 1시간여 전부터 밝은 표정으로 “윤석열 파면” 구호를 외치며 노래를 불렀다.
비슷한 시각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있던 한남동 관저 앞에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지지자들의 고성이 울려 퍼졌다.
문 권한대행이 탄핵심판 선고 주문을 읽는 동안 파면을 감지한 일부 지지자들이 “우리나라는 이제 망했다”며 들고 있는 태극기를 바닥에 던지고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한 중년 지지자는 선고 결과가 나오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냈다.
선고 전 “탄핵 무효”를 내내 외치던 한 20대 청년은 선고 결과가 나오자 “저런 것들이 저기 앉아 있으니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라며 “내가 재판관들 가만 안 두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가 금지된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 광화문빌딩 앞 대형 전광판을 통해 헌재 선고가 중계되면서 지나가는 시민과 윤 전 대통령 지지자 등 수백명이 몰렸다.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황에 대비해 100명이 넘는 경찰이 주변을 둘러쌌다.
인용 결과가 나오자 윤 전 대통령 지지자 중 일부가 욕설을 내뱉으며 강하게 항의했다. 선고 결과를 보기 위해 온 시민을 향해 “어느 쪽이냐, 좋냐”고 위협하기도 했으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헌재는 이날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열고 국회의 탄핵소추를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이날은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때로부터 122일만, 지난해 12월 14일 탄핵소추안이 접수된 때로부터 111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전체 심리 기간과 변론종결 후 평의 기간 모두 대통령 사건 중 역대 최장(最長) 기록을 경신했다. 이 기간 정치권의 대치는 첨예했고, 여야는 평행선을 달렸다. 시민들 역시 곳곳에서 집회에 나서는 등 정치 양극화로 인한 혼란이 수시로 빚어졌다.
어수선한 정국을 방증하듯 이날 도심 곳곳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 윤 전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를 벌였다. 경찰에 따르면 안국역과 광화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집회를 예고한 인원이 약 15만명이다.
일각에서는 헌재 선고 후 여의도 국회 앞으로 탄핵 찬반 지지자들이 모인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국회 앞은 평소와 비슷하게 한산했다. 다만 만일의 충돌 사태에 대비해 경찰이 곳곳에서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