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건설 전문 금융기관인 건설공제조합이 건설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경영 실적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올해 초 신임 이사장 선출 과정 등에서 빚어진 내부 조직 갈등도 이어지는 등 안팎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5일 건설공제조합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건설공제조합의 대위변제액은 2218억1700만원으로, 2023년(1831억2500만원)보다 21.1% 늘었다. 2년 전인 2022년(609억9000만원)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건설 경기 악화와 공사비 급등으로 건설공제조합이 건설사 대신 갚아준(대위변제) 하도급 대금 등이 급증한 탓이다. 건설공제조합은 회원사인 종합건설사가 부도로 협력사나 하도급사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이를 대신 갚아주고 나중에 회수한다. 최근 몇 년간 원자재값과 인건비 등이 급등하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문을 닫거나 경영난을 겪는 건설사가 쏟아져 건설공제조합의 대위변제액도 대폭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건설공제조합의 당기순이익은 231억4900만원으로 2023년(826억1300만 원)보다 72% 감소했다. 2021년 1638억2700만원까지 늘었던 순이익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줄었다. 당기순이익에서 주식과 채권 등 금융 수익을 뺀 영업 실적은 더욱 심각하다. 건설공제조합은 지난해 318억8400만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손실액이 2023년(-259억2600만원)보다 23% 불어난 것이다.
건설공제조합은 지난해 말 기준 조합원(건설사) 1만3200여 곳, 자본 6조6000억원 규모의 종합건설금융기관이다. 조직 내홍으로 인한 논란까지 지속되고 있다. 지난 2월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김상수 운영위원장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과도한 경영·인사 개입을 하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지속돼 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초까지 대한건설협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운영위는 사업 심의·의결과 업무 집행을 감독하는 기구로, 실질적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핵심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대한건설협회장 시절에도 건설공제조합 경영 관여, 차기 회장 선거 개입 등의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협회장 퇴임 당시 “건설공제조합의 ‘조합원 이사장 제도’와 조합원 이사회를 통한 경영 정상화를 매듭짓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