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나 부사장은 2025년 4월 15일 자로 공식 합류했으며 향후 비카지노 부문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 경쟁력 강화 업무를 총괄한다. 이번 인사는 개장 이후 실적 부진과 경영권 변경을 겪은 인스파이어가 체질 개선에 본격 착수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인스파이어는 2023년 11월 말 개장한 동북아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로, 미국의 모히건(Mohegan) 그룹이 주도해 개발한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개장 첫 해 기대와 달리 외국인 고객 유입이 부진하고 카지노 수익도 저조하면서 실적 악화가 본격화됐다.
개장 1년간 (2023년 10월~2024년 9월) 인스파이어의 총매출은 약 2190억 원이었으며 순손실은 2654억 원에 달했다. 조정 EBITDA(세금·이자·감가상각 전 이익) 기준으로도 마이너스 4950만 달러를 기록해 영업에서 발생하는 현금 흐름 자체가 마이너스 상태였다.특히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의 드롭액(고객이 환전한 칩 금액)이 1189억 원에 그치며 업계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경쟁사인 파라다이스시티의 절반 수준이다. 카지노 의존형 수익 모델의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비(非)카지노 부문도 낮은 객실 점유율과 체류 시간, 저조한 소비로 수익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실적 악화는 경영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인스파이어의 기존 운영 주체였던 모히건그룹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한 재무 약정을 이행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초기 투자자였던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Bain Capital)이 계약상 권리를 행사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2025년 2월부터 인스파이어는 모히건 체제에서 베인 체제로 전환됐고 공식 명칭도 ‘모히건 인스파이어’에서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리조트’로 변경됐다.
베인캐피탈은 경영권 확보 직후 조직 전면 개편에 나섰고 그 첫 번째 조치로 이한나 부사장을 전략 마케팅 수석으로 공식 임명했다. 이한나 부사장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BAT, 라인, GS리테일 등 국내외 기업에서 24년 이상 전략기획, 디지털 마케팅, 고객경험(CX) 혁신 분야에서 주요 보직을 맡아왔다. 특히 대형 리테일 조직과 플랫폼 기업에서 브랜드 리빌딩, 통합 마케팅 전략 수립, 데이터 기반 CRM 체계 구축 등 실무와 전략을 두루 경험한 인물로 평가받는다.이번 선임은 인스파이어가 단순한 카지노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공연, 쇼핑, 식음, 숙박 등을 포함한 콘텐츠 기반 복합 리조트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인스파이어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인사 직후 마케팅 조직 내 고객경험, 브랜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등 핵심 부서를 재정비하고 디지털 기반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재편 중이라고 한다. 내국인 체류 고객의 소비를 유도하고 외국인 방문객 체류시간을 연장하는 전략이다.
현재 인스파이어는 1만500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아레나)을 활용한 K-콘텐츠 기반의 글로벌 공연 유치, 쇼핑몰과 연계된 체험형 리테일 공간 확대, 호텔 프리미엄 객실 리브랜딩 등의 세부 전략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체질 개선 작업은 다가오는 2025년 말 PF 만기 대응과도 직결되는 과제다. 실적 반등 없이 재무 건전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리파이낸싱에서 추가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지노만으로는 대규모 복합리조트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드러났다”며 “이번 인사를 통해 베인은 콘텐츠 중심의 리조트 운영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한나 부사장의 역량은 결국 콘텐츠 기획력과 고객 몰입도를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리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는 향후 베인의 리조트 운영 모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스파이어는 현재 외부 마케팅 조직과 콘텐츠 기획 전문가 그룹과의 협업도 검토 중이다. 아레나 중심의 정기 공연 라인업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쇼핑몰 내 브랜드 유치 경쟁력 강화 등이 2025년 상반기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리조트 측은 2분기 중 새로운 콘텐츠 전략과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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