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시기일수록 좋은 회사를 사라.’
미·중 관세 전쟁 등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기업 실적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내줘야 불황기를 버틸 수 있어서다. 여기에 더해 수출 호조를 앞세워 영업이익률이 되레 급증하는 업종이나 기업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 인프라와 방위산업,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등이 대표적이다.
◇폭발적인 이익률 기록하는 K뷰티
한국경제신문이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바탕으로 2021년 이후 상장사 영업이익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익률이 작년까지 꾸준히 높아진 데 이어 올해 더 뛸 것으로 예상되는 상장사는 총 56개였다. 영업이익률은 기업의 수익 창출력과 비용 효율성을 따질 수 있는 지표다. 이익률이 높을수록 경기 둔화 국면에서 잘 버티고, 고금리·고관세 영향도 덜 받을 것이란 게 시장 분석이다. 이익 잉여금을 바탕으로 비용을 충분히 감내하는 한편 높은 가격 전가력을 지닌 사례가 많아서다.
영업이익률 측면에서 전력기기 인프라와 방산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제조업종에선 드문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곳이 꽤 늘었다. 2021년 0.54%에 불과한 HD현대일렉트릭(변압기 제조) 이익률은 작년 20.14%로 급등했다. 효성중공업, 일진전기 등도 마찬가지다. 올해 이익률은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전력망 교체 및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덕분이다.
방산주도 환골탈태한 업종으로 꼽혔다. 중동과 유럽의 무기 수입 확대는 엠앤씨솔루션 같은 중소형 부품주 이익률까지 끌어올렸다. 이 기업의 올해 예상 이익률은 13.47%다. 2021년(7.48%)의 약 두 배다.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세 배 뛰었다.
‘K뷰티’ 수혜 기업들의 영업이익률도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필러를 만드는 휴메딕스의 올해 이익률 추정치는 28%에 달한다. 전체 상장사 중 2위다. 화장품 업체 토니모리 같은 이른바 로드숍 ‘1세대’ 종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미국과 동남아시아 내 수출 활로가 크게 확대됐다는 평가다.
안정환 인터레이스자산운용 대표는 “한국을 찾는 의료 관광객이 100만 명을 넘기며 K뷰티 업체들의 수출 체력이 확 달라졌다”며 “파마리서치, 에이피알 같은 대장주의 부상으로 업종 내 주가 상승 잠재력이 부쩍 향상됐다”고 말했다.
◇실적 바닥 찍은 곳도 관심
영업이익률이 바닥을 찍고 상승 중인 종목에도 관심이 쏠린다. 방산, 조선 등 주요 수출주와 달리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아직 낮은 곳이 많아서다. CJ CGV, 콘텐트리중앙의 올해 영업이익률 추정치는 각각 4.69%, 0.3%로, 적자 늪에서 빠져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장기간 실적이 꺾인 만큼 구조조정 등 비용 효율화를 통해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들 종목 주가는 최근 1년간 각각 18.15%, 11.59% 떨어졌다.
AI 영상진단 업체 뷰노와 루닛도 ‘적자 터널’의 끝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들 기업 역시 대규모 손실을 내왔다. 자체 개발한 유방암·응급·심장질환 진단 솔루션이 최근 유럽 의료기기 규정을 통과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노리고 있다.
식음료 기업들에도 볕이 들 전망이다. 내수 경기가 최악을 벗어날 것이란 기대에서다. 오리온홀딩스의 올해 영업이익률 추정치는 16.82%다. 경기 방어주에 자금이 몰린 데다 자회사 오리온이 중국·베트남 등지에서 호실적을 거둔 영향이다. 올 들어 주가는 23.24% 뛰었다. 빙과류에 강한 빙그레(9.01%)의 올해 영업이익률 추정치도 두 자릿수에 가깝다. 2021년엔 2.29%에 불과했다. 이들 종목은 대선 이후 내수 진작책의 수혜도 예상된다.
하반기에도 영업이익률이 견조한 기업에 자금이 몰릴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전날 유럽연합(EU)의 관세 부과가 유예됐지만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증권가 평가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6·3대선 이후 ‘허니문 효과’가 지나면 달러 약세와 밸류에이션 부담 때문에 수출주를 중심으로 증시가 휘청일 수 있다”며 “탄탄한 수익성을 지닌 기업을 미리 선별해놓을 때”라고 조언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