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혜교에게 영화 '검은 수녀들'은 미션의 연속이었다. 첫 구마 연기부터 욕설에 흡연까지 감행해야 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송혜교는 전날 시사회를 통해 '검은 수녀들'을 본 소감에 대해 "모든 작품에 임할 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하려고 하는 데 자기 작품을 끝내고 '나 완벽하게 잘했네'라고 할 배우는 한 사람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저도 '이 부분에서 더 잘할걸'하는 조금의 아쉬움이 남아있다"고 털어놨다.
영화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 희준(문우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유니아(송혜교), 미카엘라(전여빈) 수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015년 장재현 감독의 연출로 개봉된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로 김신부(김윤석), 최부제(강동원)가 부재한 상황에서 구마가 허락되지 않은 수녀들이 금지된 의식에 나선다는 설정에 차별화를 뒀다.
송혜교가 연기한 유니아 수녀는 굽히지 않는 기질과 강한 의지를 지닌 인물로 구마가 허락되지 않는 신분이지만 무속신앙까지 동원해 희준을 살리려 노력하는 캐릭터다. 그는 이 작품에서 입이 거칠고 담배까지 피우는 문제적 수녀 유니아를 통해 강렬한 에너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송혜교는 "'두근두근 내인생' 할 때 캐릭터가 'X발공주'였다. 욕을 너무 못해서 그 짧은 'X발'을 하는데도 악센트가 그게 아니라 욕을 못 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30대 초반 시절이었는데 지금은 저도 살면서 조금 늘었다. 욕하는 연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장 어려웠던 건 흡연 연기였다. 그는 "술은 마시는데 살면서 몸에 안 좋은 건 하나만 하자란 주의"라며 "처음 대본을 받고 흡연 장면이 꽤 있더라. 심지어 첫 등장이 흡연신이니 어떻게 해야 하지, 거짓말로 하기 싫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얘가 진짜로 피는지 안 피는지 알지 않나. '가짜로 핀다'는 소리를 들으면 유니아의 모든 게 가짜가 되어버릴 것 같아서 촬영하기 6개월 전에 주변 친구들 도움을 받아 시작했다. 처음엔 좀 힘들었다. 안 피우다 피우려니 목도 좀 아프고"라고 덧붙였다.
멜로, 로맨틱 코미디에 특화되었던 송혜교는 2022년 연기적으로 재조명받은 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는 "그동안 멜로 드라마를 더 많이 했다. 사랑에도 종류가 많지만, 오랫동안 비슷한 캐릭터를 하니 보는 분들도 재미가 없고, 저도 연기를 하면서 재미가 없었다. '더 글로리'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제 작품 중 멜로가 잘 된 쪽이 더 많았다. 보는 분들이 '송혜교는 저 부분에서 보장이 됐다'라고 생각하시니, 유사한 대본이 더 많이 들어오긴 했다. 그러다 중간중간 장르물들이 들어왔고, 그동안은 인연이 닿지 않다가 '검은 수녀들'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송혜교는 '검은 수녀들'이 마음에 닿았던 이유에 대해 "모든 작품이 어렵고, 연기는 다 어렵다. '검은 수녀들'은 오컬트 장르이긴 하지만 드라마가 더 좋았다. 신념이 다른 여성이 연대해 나가는 모습, 한 마음으로 아이를 살리겠다는 목적 하나로 움직이는 자체 말이다. '이건 오컬트야' 이러면서 연기를 하진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살면서 구마하는 연기는 처음"이라며 "여러분들이 조금은 보지 않았던 모습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영화 '검은 수녀들'은 오는 24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