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에 판 홈플러스 채권 2000억대…MBK, 사재출연 카드 꺼내

8 hours ago 2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MBK파트너스 제공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MBK파트너스 제공

뉴스1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홈플러스의 소상공인 거래처 결제 대금에 대해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기업회생절차 신청 직전 벌어진 채권 판매 논란과 부실 경영, 소상공인 피해 논란이 확산되며 ‘사면초가’에 놓인 MBK가 결국 창립자인 김 회장의 사재 출연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다.

사모펀드(PEF) 경영진이 사재 출연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지만 구체적 출연 규모를 밝히지 않은 데다 개인 투자자 피해에 대한 언급은 없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가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한 단기채권 규모는 전체 판매액의 3분의 1에 달하는 2000억 원 수준이다.

“김병주 회장, 소상공인 정산 위해 사재 출연”

MBK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김 회장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 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고, 매입채무유동화 관련 채권자들을 포함한 모든 채권자와 협의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 출연 규모는 소상공인에게 지급할 정산 금액을 확인하고 정한다는 입장이다.

MBK가 사재 출연 카드를 꺼낸 것은 홈플러스를 둘러싼 여론이 악화되고 규제당국도 나서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6월 3일까지 법원에 채권단과 합의한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채권단의 불만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그간 채권단은 MBK 측이 손실 회복에 진정성이 없다는 불만을 내비쳐 왔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점포에서 일부 매장을 임차해 영업하는 입점 업체들은 1월분 정산금을 받지 못했다. 3월의 첫 영업일인 4일에 1월 정산금이 지급돼야 했는데 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신청을 하면서 지급이 안 된 것이다.

홈플러스 입점사는 약 8000곳에 달하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일정 금액을 월 임차료로 내는 방식이 아닌 홈플러스의 판매시점관리(POS) 단말기를 사용한 후 한 달 뒤 임차료를 제외하고 매출을 정산받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하지만 MBK는 김 회장 사재 출연의 구체적 지원 대상과 금액을 밝히진 않은 상태다. 홈플러스에서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홈플러스가 대금을 주지 않으면 월 운영비가 없어서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며 “일주일 정도는 더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기채·리츠 등 투자자 피해 눈덩이…금감원, MBK 검사 나설 듯

홈플러스 측이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알고도 기업회생절차 신청 직전에 채권을 팔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 손실이 적지 않은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홈플러스 카드대금 기초유동화증권인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기업어음(CP)·단기사채 등 단기채권 판매 잔액은 총 5949억 원이다.

이 중 증권사 지점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팔린 규모는 2075억 원(676건)이었다. 일반법인에는 3327억 원(192건)이 팔렸다. 채권 대부분이 대형 기관투자가가 아닌 개인, 일반법인에 판매된 것으로 나타나 불완전판매 의혹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홈플러스발 리츠나 부동산 펀드에서도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홈플러스는 우량 점포를 팔아 현금화하고, 이를 다시 빌려 영업하는 ‘매각 후 재임차’(세일 앤드 리스백)를 해왔다. 리츠 상품은 홈플러스로부터 임차료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구조인데, 홈플러스가 임차료를 내지 못하면 손실이 본격화될 수 있다. 정부는 홈플러스 관련 리츠와 펀드 규모를 1조 원대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주 홈플러스 유동화증권 발행 주관사 신영증권과 신용평가사에 대한 검사에 착수하면서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가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단기채권을 발행해 왔는지 규명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관사와 신평사가 홈플러스와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파악 중”이라며 “관련성이 포착되면 MBK에 대한 검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