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기존에 추진해오던 ‘은행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겠다고 공표했다. 이 중 은행들이 가장 우려하는 법안은 은행이 가산금리에 예금자보호법상 보험료와 법정 출연금 등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민병덕 의원발 은행법 개정안이다.
사실 이번 개정안은 기존 법안보다는 그나마 완화된 내용이다. 당초 민주당은 대출 금리 반영 불가 항목에 교육세를 포함하고 가산금리 세부 명세 공개 의무화 등 강력한 규제를 추진하려 했으나 은행권의 반발과 해명을 반영해 이 같은 내용은 제외하고, 은행 가산금리에 보험료와 출연금 등은 제외하는 것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의 대출이자에는 신용보증기금법, 한국주택금융공사법, 기술보증기금법 등에 따른 각종 법정 출연금과 예금 비용에 해당하는 지급준비금 및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가 포함되는데 이런 비용 부담을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언뜻 보면 금융소비자에게 부당하게 전가되는 각종 법정 비용을 줄여 최종적으로 대출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만 같다, 과연 그럴까.
“오히려 은행 수익성이 저하되어 금융소비자들의 부담만 증가할 우려가 있다”
통상 시장의 대출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조달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서 최종 산출한다. 이때 ‘가산금리’는 은행이 대출을 제공하면서 발생하는 위험, 업무 원가, 목표이익률 등을 반영하여 추가되는 금리로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한다. 은행의 인건비 등 업무 원가와 위험 프리미엄, 목표이익률 외에도 보증기관 출연료와 교육세 등이 법적 비용으로 붙는다.
은행은 공공기관이나 비영리 기관이 아닌 명백한 이익 추구 집단이다.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당연한 목표인데 특정 요소를 제한하면 결국 또 다른 방식으로 비용이 전가되는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출연금이나 보험료는 은행이 필수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인데, 이를 금리에 반영하지 못하게 되면 은행은 이자수익으로 비용을 회수할 수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들어 은행의 수익성은 악화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각 금융기관은 결국 여러 수익 창출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고, 이는 금융소비자나 기업 대출에 또 다른 형태의 부담만 늘리는 기형적 구조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대출이 꼭 필요한 차주는 기존엔 대출금리에 녹여져 있던 일부 금액을, 불필요한 고금리 비용 등으로 추가납부 해야만 대출이 실행되는 등 불필요한 금융 형태가 만들어질 수도 있단 소리다. 이렇듯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돌아가는 기존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금융 건전성은 저해되고 결과적으로 금융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법 개정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강연옥 플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