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아파트 엄두도 못냈는데”…사기엔 부담되지만 경매는 다르다는데

22 hours ago 3

강남3구·용산 과열지구 묶여
규제서 빠진 경매관심 늘어나

아파트 낙찰가율 두달째 상승
신청 물건도 15년만에 최대치
올 2·3분기내 입찰 급증할 듯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인근 아파트 단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인근 아파트 단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해 이후 부동산시장의 혼조세는 극심한 상태다. 6월 3일 조기 대선이 열리는 가운데 시장 관심사가 앞으로의 추이로 넘어갔지만 정치·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도달한 상황이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선뜻 매매시장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2025 서울머니쇼에 참여하는 국내 수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단 경매나 청약시장 등을 주의 깊게 보라고 조언했다. 이들 시장은 일반 매매시장보다 3~6개월 정도 선행하기 때문에 향후 시장 방향의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정부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점과 낮은 가격으로 대표되는 특징에 따라 매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매시장에서는 올해 상당한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 경매정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를 신청한 신규 경매 물건 수는 모두 11만9312건으로 전년(10만1145건)보다 18% 증가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했던 2013년(11만9166건)을 넘어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매 물건이 급증한 2009년(12만4252건) 이후 15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대개 경매 신청 후 첫 입찰에 부쳐지기까지 평균 6∼7개월이 걸린다. 경매 진행 물건 수가 올해 2∼3분기에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 소장은 “강남 등 인기지역 아파트부터 꼬마빌딩까지 괜찮은 매물이 경매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만큼 주목할 만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3천으로 22채 구한 경공매 투자법’을 강연한 안정일 설마TV 대표도 “여러 지표로 볼 때 현 경매시장은 하락장 후반과 강보합기 전반 그 사이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사진설명

실제로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은 최근 들어 다소 회복된 모습이다. 법원경매 전문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은 97.9%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97.0%까지 오른 뒤 11월 94.9%, 12월에는 탄핵 정국 여파로 91.8%로 떨어져 올 2월까지 저조한 흐름을 보이다가 두 달 연속 다시 낙찰가율이 상승한 것이다.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도 지난해 말 비상계엄 이후 39.8%로 감소했으나 올해 4월에는 42.0%까지 회복됐다. 전국적으로 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게다가 최근에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내 모든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자 경매시장으로 투자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경매 낙찰 물건은 허가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부동산은 일반 매매시장에서 매입하면 실거주 의무기간 2년이 부여되지만 경매시장에서 낙찰받으면 실거주 의무가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거나 자금조달계획서를 낼 필요도 없다.

다른 정부 규제도 피할 수 있다. 현재 원칙적으로 투기과열지구(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서 재건축 조합 설립 이후 나온 매물은 조합원 자격이 승계되지 않는다.

하지만 은행·보험 등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나온 물건이면 사업 절차와 상관없이 낙찰자도 조합원 지위를 승계받는다. 세금을 납부하지 못해 진행된 공매 물건도 조합이 설립된 뒤 조합원 지위를 승계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서울 인기지역 일부 아파트는 최근 120%가 넘는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경매에 참여하는 평균 응찰자도 10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주의할 점도 몇 가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지역 내 재건축 매물을 경매로 잘못 사면 새 아파트 입주권을 못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업체나 사적 채무 때문에 경매에 넘어간 물건은 낙찰받더라도 조합원 지위를 승계할 수 없다. 제도를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자칫 비싼 가격에 ‘물딱지(현금청산 대상)’ 매물을 낙찰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강은현 소장은 “최근 현금청산 매물을 속여 비싸게 파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경매가격이 싸다고 조건을 확인하지 않고 덜컥 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약시장에 대한 관심도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상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거래 허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관심이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가 건설·분양업계 전망을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안에 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서 분양할 단지가 꽤 있다. 서울 아파트 시세를 이끌고 있는 반포·잠원권에서는 잠원동 ‘오티에르 반포’, 신반포22차 재건축 등이 나올 전망이다.

서초동에서는 신동아아파트를 1161가구 단지로 재건축하는 ‘아크로드 서초’가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강남역과 뱅뱅사거리 사이에 위치해 강남 업무지구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단지다.

방배동에서는 방배13구역과 14구역을 각각 재건축한 ‘방배 포레스트자이’와 ‘방배 르엘’이 분양을 저울질 중이다. 송파구에서는 미성·크로바를 재건축한 ‘잠실 르엘’이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다.

용산구에서는 아세아아파트 재건축 일반분양을 기다리는 수요자가 많다. 신용산역·이촌역 근처 한강대로 이면에 있다.

공공분양 역시 눈에 띈다. 3기 신도시 중 4곳(하남 교산·남양주 왕숙·부천 대장·고양 창릉)이 시장에 본격 등판하고 서울 마곡·과천 주암 등 수도권 알짜 입지에서 상당한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다.

당장 3기 신도시인 하남교산지구에서 ‘교산푸르지오더퍼스트’(1115가구)가 다음달 공급된다. 전용 59㎡ 기준 평균 분양가는 5억6800만원이다.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가격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신도시 ‘첫 타자’지만 주변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는 게 메리트로 꼽힌다. 지하철 5호선 하남검단산역이 인접해 있다.

또 다른 3기 신도시인 부천대장의 ‘e편한세상대장퍼스티움’(총 1640가구)도 눈길을 끈다. 대장홍대선, GTX-B, 계양산업단지 건립 등 다양한 개발 호재를 안고 있다. 신혼희망타운 단지라는 점에는 유의해야 한다. 하남교산에 비해 입주 초기 주위 환경이 다소 썰렁할 수 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