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난달 확대 재지정한 지 한 달이 지나며 서울 부동산시장이 안정세를 찾고 있다. 그동안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의 오름세가 둔화하고 있어서다. 압구정, 목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가 강세를 보였지만 4개 구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에 따른 거래 감소가 시장을 진정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투자심리 위축 속에 금리 인하, 조기 대선, 상호관세 등 불확실성이 커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상승 폭 줄어드는 서울 아파트값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전보다 0.08% 올라 3주째 상승률이 같았다.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지정 직전인 3월 셋째주(0.25%)보다는 상승세가 약해졌다. 자치구별로 송파구(0.08%→0.18%)와 서초구(0.16%→0.18%)는 상승 폭이 소폭 커졌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직전 각각 0.79%, 0.69%이던 것과 비교하면 진정세가 완연하다. 강남구(0.16%→0.13%)와 용산구(0.14%→0.13%)는 오름폭이 줄어들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풍선효과가 예상된 광진구(0.08%→0.09%), 성동구(0.23%→0.17%), 동작구(0.16%→0.09%) 등은 소폭 오르내리며 희비가 엇갈렸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제 재지정으로 매수심리가 다소 누그러졌다”며 “마포구, 성동구 등이 강남 3구와 용산구의 대체지가 될 수 없어 풍선효과는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이후 아파트 거래량도 급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4일 기준으로 신고된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9390건에 달했다. 이에 비해 이날까지 4월 거래량은 1848건에 불과해 월간 거래량이 3000건 아래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으로 실거주자만 매매하게 돼 거래가 많이 줄었다”며 “지난달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당시 거래 수요가 많이 해소된 것도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관망세 당분간 이어질 듯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부족, 금리 인하 기대 등으로 들썩이던 부동산시장 매수심리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으로 꺾였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에 따른 경제와 정책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것도 부담이다. 다음달 금리 인하 여부도 관심이다. 양 수석은 “아직 미국의 상호관세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의도, 목동 등의 재건축 단지가 오르고 있어 시장에서 거래 공백이 지속될 것”이라며 “대선 후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도입 등도 시장에 영향을 미칠 변수”라고 예상했다.
상반기 부동산시장이 급등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부동산 상승기가 온다는 학습 효과로 매수심리가 되살아날 수 있다”면서도 “이미 3월 시장 급등기를 거치며 상승 여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강남 3구와 용산구보다는 9억원 미만 아파트가 많은 외곽 지역에 관심을 둘 만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윤 위원은 “지분 공유형 모기지 등이 도입되고, 새 정권에서 정책 대출을 늘린다면 9억원 언저리 아파트가 혜택을 볼 수 있다”며 “강남 3구와 그 외 지역 아파트값 차이가 벌어져 일부 격차 메우기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했다.
강영연/손주형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