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K-자폭 드론[횡설수설/이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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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 드론이 포착한 러시아 병사 두 명. 참호 안의 병사는 옆으로 누워 웅크린 채 온몸을 벌벌 떨며 머리를 감싸 쥔다. 반면 위쪽 다른 병사는 체념한 듯 담배를 꺼내 물고 드론 카메라를 응시한다. 그러면서 손짓으로 아래쪽을 가리킨다. 마치 “나 말고 쟤를 죽여”라고 말하듯. 이에 드론은 웅크린 병사에게 수류탄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드론은 절뚝거리며 몇 걸음 떼려는 흡연 병사를 향해서도 수류탄을 떨어뜨린다. ▷2년 전 온라인에 올라온 이 영상은 우크라이나 전선의 황량한 풍경, 특히 동료마저 배신하는 비정한 전장의 현실을 보여준다. 군인의 전투력은 막연한 애국심보다 끈끈한 전우애에서 나오기 마련인데, 엄폐물 없는 킬존(kill zone)에서 전우애는 사치일 뿐이다. 이렇게 우크라이나 전선은 4년 넘게 지독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지상만이 아니다. 2022년 침공 직후 압도적 제공권과 제해권을 누리던 러시아지만, 지금 흑해함대는 본토 항구에 틀어박혔고 공군도 자국 영공 뒤로 깊숙이 숨었다. ▷막강 러시아군의 발목을 잡은 것은 전차·함선이 지배하던 전장을 드론·로봇 같은 무인 전투체계의 무대로 바꾼 우크라이나의 혁신 덕분이다. 연간 수백만 대가 생산되는 드론은 매주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몇 주마다 하드웨어를 바꾼다. 로봇은 탄약과 식량 보급, 부상병 이송은 물론이고 돌격전에도 투입된다. 인공지능(AI)으로 드론-센서-위성을 실시간 통합한 지휘 시스템도 구축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선보인 무인(無人) 열병식을 두고 “미래 전쟁의 모습”이라고 평가하지만, 이런 드론 전쟁은 현실이 된 지 오래다. ▷세계 각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방식을 배우기 바쁘다. 유럽 국가들, 특히 덴마크와 라트비아 같은 작은 나라부터 앞다퉈 우크라이나와 ‘드론 협정’을 맺고 있다. 미국도 사관생도부터 드론 교육을 하고 있다. 최근 모의 전투에서 미군 기갑부대가 우크라이나 드론에 전멸당한 충격적 패배가 계기가 됐다고 한다. 대만도 재빠르게 대비 중이다. 대만해협을 건너는 중국군의 침공을 공중·해상 드론 떼로 저지하는 ‘헬스케이프(Hellscape)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우리 군이 개발하는 자폭용 드론의 첫 해상 전투 운용 실험이 25일 실패로 끝났다. 대형 수송함에서 두 차례 발진한 자폭드론은 각각 이륙 2초, 4초 만에 바다에 추락했다. 표적 타격은커녕 정상 비행조차 하지 못했으니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물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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