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마치 비광 같은[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123〉

2 days ago 4

“집으로 돌아와야 끝나는 게임이니까.” ―이지원 ‘비광’“비 내리는 어느 날, 개구리 한 마리가 급류에 떠내려가지 않으려고 수양버들을 잡으려 뛰어오르고 있었다. 뛰어올랐다가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를 거듭했지만 개구리는 포기하지 않았고 기어이 수양버들을 잡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지원 감독의 영화 ‘비광’은 화투패의 비광에 들어간 그림을 그렇게 읽어내며 시작한다. 화투에서 비광은 홀로 있을 때 별 쓸모가 없는 패다. 하지만 다른 광과 함께하면 결정적인 순간에 판을 뒤집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 감독은 가족이 바로 그 비광 같다고 말한다. 쓸모없어 보이지만 함께하는 순간 기적 같은 힘을 내는. 한국 야구의 간판스타 중구(류승룡 분)와 잘나가는 배우 남미(하지원 분)는 결혼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그 정점에서 갑자기 나타난 중구의 숨겨진 딸 동주(김시아 분)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다. 결혼은 파경에 이르고, 가족들의 삶도 무너졌지만 동주를 거둬 살아가던 중 8년 만에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온다. 동주가 친구의 사망 사건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것이다. 중구의 가족들은 동주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 가족의 기적 같은 힘이 발휘된다. 영화는 이 치열한 가족의 분투기를 9회말 투아웃 상황의 야구에 빗대 말한다. 과거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를 이끈 중구에게 리포터가 “야구란 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집”이라며 “집으로 돌아와야 끝나는 게임이니까”라고 말한다. 물론 가족의 범주를 혈연으로만 한정 짓지 않는 이 영화가 말하는 ‘집’이란 보다 확장된 의미다.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나눔으로써 가족이 된 모든 이들이 치열하게 바깥에서 싸우다 결국 돌아오는 곳. 비광 같지만 때론 판을 끝내는 힘을 발휘하기도 하는 곳이 바로 집이고 가족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