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날아온 전국 7개 비엔날레…공예·수묵·사진 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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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대한민국 곳곳이 예술로 물든다. 서울부터 전라남북도, 충청북도, 대구광역시, 부산광역시까지 각 도시의 이야기가 담긴 미술 축제가 관람객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8월 말부터 9월까지 개막하는 비엔날레만 총 7개에 달한다.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 출품작, Alicja PATANOWSKA_We Are the Weather, 2025. Grogclay, dimensions variable. Photo by Jakub Celej. ©︎ Alicja PATANOWSKA Photo by Akifumi Nakagawa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 출품작, Alicja PATANOWSKA_We Are the Weather, 2025. Grogclay, dimensions variable. Photo by Jakub Celej. ©︎ Alicja PATANOWSKA Photo by Akifumi Nakagawa

지난달 26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한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를 시작으로,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차례로 개막했다. 9월엔 청주공예비엔날레(4일), 제10회 대구 사진 비엔날레(18일), 제15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26일), 부산 바다미술제(27일) 등 총 7개의 비엔날레가 일제히 막을 올린다.

격년에 한 번씩 열리는 비엔날레는 단순히 벽에 걸린 작품을 보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도시 공간 전체를 활용한 예술 행사와 공연, 시민 참여 프로그램, 국제 교류 심포지엄 등 다양한 활동이 이어지기 때문. 예술과 사람, 도시의 문화가 한데 어우러지는 미술 축제의 장이 된다.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국제 워크숍 2 - 세라믹 인 액션. /청주공예비엔날레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국제 워크숍 2 - 세라믹 인 액션. /청주공예비엔날레

공예와 디자인 가치 조명하는 광주와 청주

지난 29일 시작한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디자인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흔히 ‘예쁜 쓰레기’라 불리는 보기에만 아름다운 제품을 넘어 ‘포용디자인’을 주제로 한 제품과 작품들을 선보인다. 포용디자인은 ‘모든 이가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영국과 유럽에서는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이탈리아 응용예술디자인대학(IAAD, Istituto d'Arte Applicata e Design) 작품 설치 전경. /광주디자인비엔날레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이탈리아 응용예술디자인대학(IAAD, Istituto d'Arte Applicata e Design) 작품 설치 전경.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한국 자동차 디자이너 1세대이자 국내에 포용디자인의 개념을 적극 제시한 최수신 미국 사바나 예술대학교(SCAD) 학장이 이번 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아 개막 전부터 화제였다. 최수신 총감독은 “통상 ‘디자인’하면 아름다운 것, 독특한 것, 잘 팔리는 것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문고리 때문에 문을 열지 못하면 그것은 문이 아니라 벽인 것처럼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특정인이 아닌 모두가 영위할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여 편견을 깨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19개국 429명의 참여 작가가 163점의 작품을 11월 2일까지 선보인다. 감자칼, 포크, 청소도구처럼 일상의 생활용품부터 기후위기와 해수면 상승에 대항하는 구조물, 성소수자와 이민자 등 소외된 존재를 잇는 앱, 신체 감각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까지 공동의 문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한 결과물 등을 소개한다. 네 명의 큐레이터가 ‘세계’, ‘삶’, ‘모빌리티’, ‘미래’ 총 네 개의 관점으로 전시관을 기획해 디자인의 의미와 역할을 성찰하게 했다.

2025 청주국제공예공모전 대상 수상작. 이시평, 일지(日記) Log, 최대 75x152x53h cm 이내, 레드오크, 스테인리스 스틸, 2024. /청주공예비엔날레

2025 청주국제공예공모전 대상 수상작. 이시평, 일지(日記) Log, 최대 75x152x53h cm 이내, 레드오크, 스테인리스 스틸, 2024. /청주공예비엔날레

‘세상 짓기’를 주제로 나선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오는 3일 청주시 일원과 문화제조창에서 개막한다. 16개국에서 140명의 작가를 초청해 3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본전시부터 특별전, 연계 전시까지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2개 전시가 동시다발로 진행된다. 역대 최장 기간인 60일간 열려 11월 2일까지 계속된다.

전시 외에도 다양한 학술 프로그램과 부대 행사를 운영한다. 영국, 태국, 인도 등 다국적 전문가들이 공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국제공예포럼 세미나’을 비롯해 청주공예비엔날레와 국립현대미술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 3대 기관이 공동 주최해 공예의 가치와 기능을 고찰하는 ‘국제공예콜로키움’, 수상자들의 국제 활동이 돋보이는 ‘청주국제공예공모전’ 등이 이어진다.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출품작, 김은진, 신의 자리_인산인해 1, 나무패널에 자개, 아크릴, 209x995x4cm, 2020/.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출품작, 김은진, 신의 자리_인산인해 1, 나무패널에 자개, 아크릴, 209x995x4cm, 2020/.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묵향 가득한 전라도
전라도에서는 묵으로 표현한 우리 조상의 얼과 정신세계를 만날 수 있다. 조선 시대부터 수묵화와 인문학이 꽃핀 전라남도 목포와 진도, 해남 세 지역에서는 수묵의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지난 8월 30일 개막한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총 6개 전시관에서 열린다. 해남에서는 고산윤선도박물관과 땅끝순례문학관, 진도는 소전미술관과 남도전통미술관, 목포의 문화예술회관과 실내체육관에 이르기까지 전라남도 남부권을 하나의 삼각형 동선으로 이동이 가능하게 했다.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참여 작가인 박지은 작가가 작업한 걸그룹 아이브의 뮤직비디오 장면.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참여 작가인 박지은 작가가 작업한 걸그룹 아이브의 뮤직비디오 장면.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해남은 조선 후기 대표 화가 공재 윤두서와 겸재 정선의 작품을 통해 남도문인화의 뿌리를 밝히며 수묵비엔날레의 출발을 알린다. 진도에서는 소전 손재형 선생을 기리는 전시로 근현대 한국 서예의 흐름을 조명한다. 20개국 63명의 작가가 모이는 목포는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전시를 통해 수묵을 오늘날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는지 탐색한다. 팀랩(teamLab), 파라스투 포로우하르, 마리얀토, 지민석 등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미디어, 설치, 회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묵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본다. 국내외 20개국 83명의 작가가 참여해 수묵의 철학과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문화행사의 하나로 시작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전북 전주시의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북예술회관을 비롯해 전북특별자치도 일원에서 오는 26일부터 내달 26일까지 전개된다. 한글서예와 타장르의 융복합한 ‘자연, 사람, 한글먹빛전’, 1000명의 서예인과 종교인이 참여해 경전 필사를 수행하는 ‘서예로 만나는 경전’, 청년 서예가 발굴 공모사업에 최종 선발된 4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K-서예전’ 등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진안, 무주, 군산, 임실 등 전북 14개 시군 전시장에서도 지역 작가 전시가 열린다.

홍철기. /서울시립미술관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 퍼포먼스 전경, ORTA(알렉산드라 모로조바와 루스템 베게노프), 새로운 천재들의 위대한 원자폭탄 반사기 경험, 2025. 퍼포먼스. 90분. 청년예술청 그레이홀, 2025. 사진:홍철기. /서울시립미술관

바다 건너 온 감독의 시선 담긴 서울, 부산, 대구
전세계인이 즐기는 예술 축제인만큼 이번 비엔날레들은 해외 각국 감독들의 참여가 돋보인다. 서울 중구의 서울시립미술관과 낙원상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청년예술청 일대는 으스스한 분위기로 가득 찬다. 오컬트와 신비주의, 영적 전통 등에서 영감 받은 세계 각지의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이는 것.

지난 8월 26일 시작해 11월 23일까지 진행되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뉴욕에서 작가, 기획자,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는 안톤 비도클, 할리 에어스, 루카스 브라시스키스가 예술 감독으로 초대돼 현대 미술의 발전에 있어 영적인 경험이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탐구한다. 힐마 아프 클린트, 백남준, 요셉 보이스, 요아킴 쾨스터 등 유수의 작가들이 펼쳐낸 세계와 마주하며 새로운 서사를 발견하는 기회를 선사한다.

'2025 바다미술제'가 진행되는 다대포해수욕장.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2025 바다미술제'가 진행되는 다대포해수욕장.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부산과 대구는 각각 미술과 사진 축제의 장이 된다. 부산의 푸른 바다는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장으로 변모한다. 스위스 출신의 큐레이터 베르다 피나와 한국과 독일에서 활동하는 기획자 김금화, 건축가이자 큐레이터인 김사라가 공동으로 전시 감독을 맡은 바다미술제가 오는 27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린다. 부산 다대포해수욕장 일원과 몰운대, 고우니 생태길, 다대소각장 등에 장소 특정적 작품들과 퍼포먼스, 연계 프로그램 등을 선보인다.

대구시는 18일부터 오는 11월 16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전관에서 80여명의 세계적인 예술가의 사진과 영상, 설치작품 500여점을 소개하는 사진 비엔날레를 연다.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와 파리 사진미술관의 큐레이터를 역임한 엠마뉘엘 드 레코테가 예술 총 감독을 맡아 사진예술의 정체성과 역할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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