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소재지 상관없이 과세
美의 디지털세 반대에 우회한 듯
27개 회원국 만장일치 필요
유럽연합(EU)이 연간 순매출 5000만유로(약 806억원)가 넘는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관세 관련 갈등 중인 미국의 빅테크(대형 IT기업)를 겨냥한 디지털세를 철회한 대신 광범위한 글로벌 대기업을 포함하는 새로운 과세 방안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관련 방안을 담은 EU 집행위원회의 제안서 초안을 입수해 EU가 공동 예산을 위한 새로운 독립 자금 조달 경로로 해당 과세를 검토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초안에 따르면 과세 대상은 유럽에서 사업을 하는 모든 기업이다. 본사 소재지와는 무관하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들도 대상이 될 수 있다.
EU는 오는 16일 EU의 차기 7년 예산 제출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금 조달 방안 중 하나로 이번 제안을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또 다른 세수 대책으로는 높은 담배 소비세, 장거리 전자상거래 패키지에 대한 취급 수수료 부과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이 거세게 반대하는 디지털서비스에 대한 세금, 탄소세, 국경에서의 입국 수수료 징수 등 논란 여지가 있는 세수 확보 방안은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획이 실행되려면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다. EU집행위는 보도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피하면서도, 초안인만큼 향후 구체적인 내용이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FT는 “전세계적인 불경기로 기업들이 이미 저조한 실적과 높은 에너지 비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EU의) 세금 부과 계획은 기업들을 격노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