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법관들이 모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26일 정족수를 갖춰 개의했다.
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전체 구성원 126명 중 88명이 출석해 개의했다”고 밝혔다. 법관대표회의 규칙이 정하는 개의 요건은 구성원 과반수의 온·오프라인 출석이다. 이날 법관대표회의에 직접 참석한 법관은 열댓 명쯤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 약 70명이 온라인으로 참석했다는 얘기다.
이날 법관대표회의는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이례적인 속도로 빠르게 심리해 파기환송한 것을 계기로 촉발됐다. 공식 안건은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의 민주적 책임성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을 밝힘’,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한 각종 책임 추궁과 제도의 변경이 재판 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한 깊은 우려’ 등 2가지다.
두 번째 안건과 관련, 법관대표회의 내부적으로는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이라는 표현을 첫머리에 담았으나 외부에는 이를 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여기서 ‘특정 사건’이란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예영 법관대표회의 의장(서울남부지방법원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0기)은 “개별 재판과 절차 진행의 당부에 관한 의견 표명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의 소집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소집을 두고 투표를 거친 결과 약 70명의 법관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개의 자체가 불투명할 거란 관측도 나왔지만, 88명이 출석해 회의는 예정대로 진행될 방침이다.
이 후보 사건을 둘러싼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 논란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안은지 법관대표회의 공보간사(창원지법 판사·38기)는 이날 회의 개의에 앞서 “현장에서 서너 건 정도 안건이 추가로 발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발의된 안건이 정식으로 상정되려면 제안자 외에 9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주요 안건들에 대해 법관대표들이 일치된 입장문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안건은 출석한 법관대표 과반수가 찬성으로 의결한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대법관을 100명까지 증원하고 비(非)법조인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게 하는 등 사법부를 압박하는 차원에서 발의됐던 법안들을 일괄 철회했다. 전날 이 후보는 이 법안들에 대해 “개별 의원들의 개별적 입법 제안에 불과하며, 민주당이나 제 입장은 전혀 아니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한 바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