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업계, 韓 무리한 규제사례 수집
구글-넷플릭스 망사용료 등에 불만
내달 2일 ‘상호관세’ 타깃 가능성
1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미국 빅테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2일부터 전 세계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것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한국 정부의 무리한 규제 사례를 수집,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빅테크에 영향을 미치는 과도한 외국 정부의 규제에 대해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간 미 무역대표부(USTR)는 구글, 넷플릭스 등에 대한 망 사용료 부과 움직임을 비관세장벽이라고 주장해왔다. J D 밴스 미 부통령도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인공지능(AI) 행동 정상회의’에서 “과잉 규제가 급성장하는 AI 산업을 죽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기업들로 하여금 USTR과 미 재무부, 상무부 등에 외국 정부의 세금이나 규제를 신고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 한국의 디지털 규제가 논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 내 한국 경제 싱크탱크로 알려진 한미경제연구소(KEI)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한국 정부의 디지털 규제가 미국 새 행정부와 대립할 위험이 있다”며 “앞으로 긴장감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 같은 움직임에 발맞춰 구글도 최근 주요 인사를 한국에 보내 AI 규제 환경에 대해 공식 우려를 표명했다. 유니스 황 구글 아시아태평양 AI·신흥기술정책 담당은 13일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열린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내년 1월 시행이 예정된 AI 기본법상 ‘고영향 AI’ 규제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오진 위험성이 있는 AI 활용 질병 진단은 고위험 AI가 될 수 있지만, 환자 예약을 빠르게 지원하는 병원 AI 챗봇은 고위험 AI가 아니다”라며 “고영향 AI라는 용어가 너무 광범위해 혁신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구글맵 관련 지도 데이터 반출 허가 문제도 향후 한미 통상 이슈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고영향 AI 등 관련 규제가 통상 갈등으로 번지면 안 되기 때문에 미국 빅테크를 포함해 국내외 기업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테크들은 유독 한국에만 있는 ‘온리 인 코리아’ 규제들에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시행 예정인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구글, 메타, 넷플릭스 등 주요 부가통신사업자에 실시간 상담 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한 것도 과잉 규제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해외 빅테크 관계자는 “방송통신발전법 등에 따라 통신 장애 발생 시 10분 이내로 과기정통부에 보고하도록 한 것도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무리한 규제”라며 “글로벌 IT기업들 사이에 이미 한국은 진출 기피국 중 하나가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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